마지막 밤의 찬후는 이상하게도 다정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쑥스러워요?” 얼굴은 물론 온몸이 붉게 물든 호선은 그가 묻는 말에 답하지 못하고 달뜬 숨만 간신히 내뱉었다. 어둑한 가운데 부연 빛을 발하는 두 사람의 몸이 부드럽게 엉켰다. 찬후는 모르겠지만 호선은 이 밤을 마지막으로 정했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이 자신을 보는 눈빛에 쉽게 마음이 흔들렸다. 왜 이제야 당신의 눈동자 속에 내가 담겨있을까. 그토록 원했던 온도에 가까워진 찬후의 따뜻하고 환한 눈빛에 서글픈 감정마저 들었다. 열띤 몸짓을 주고받은 후 남편의 입술이 멋진 곡선을 그렸다. 호선이 그토록 원했던 미소를 왜 이제야 보여주는 걸까. 그러나 이제는 정말 그를 믿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 말이 하고 싶었다. 마지막이니까. 기억에 남겨주고 싶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