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은 재미있었습니까? 제가 술래를 해 본 건 처음이었는데…. 술래는 제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이별 씨.” 이름을 불린 뒤에야 뻣뻣하게 굳어 가는 그녀의 몸. 여자의 이름은 분명 ‘이별’이었다. 별이란 이름은 예쁘지만, 성을 함께 부르면 슬퍼지는 이름이라고. 저 여자가 제 입으로 했던 말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마른침을 삼킨 그녀가 불안한 듯 눈동자를 움직이며 그에게로 돌아섰다. 손끝을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자, 잠시 잊고 있던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가볍게 주물렀다. 혈압이 오르는 건지, 그녀에게 화가 난 건지. 여자의 존재를 확신한 순간부터 뒷머리로 피가 쏠렸다. “저기….” “밤새 사람 돌아 버리게 만들어 놓고, 해도 뜨기 전에 도망치셨던데.” 미간을 찌푸린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