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져요.” 기함할 말이었지만 담아내는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만큼 차분했다. “무슨 소리야.” 농담이라도 이건 아니지. 조금 전까지도 뜨겁게 타오르며 제 등에 손톱을 박아대던 여자에게서 나오는 대사로는 이물감이 크다. 나누었던 희열이 채 식지도 않았는데. “오빠랑 결혼 안 한다구요.” 세령을 바라보는 재하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잘난 얼굴에 굵직한 균열이 선명하다. 하지만 세령에겐 그 흔한 감정의 티끌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뒤로 걸린 웨딩 사진 속 얼굴만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퍽 대조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