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조명이 꺼지고, 모두가 떠난 뒤에도 그날의 손끝은 여전히 따뜻했다. 조용한 편이 편했고, 혼자가 익숙했던 서도현. 감정을 들키지 않고, 누군가를 들이지 않고 살아왔던 어느 날, 무대 위에서 눈부시게 웃고 있는 홍재경을 만난다. “조명이 켜질 때, 나도 거기 있을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던 재경의 말은, 도현 안의 오래된 침묵을 깨뜨린다. 벚꽃의 흔적이 남긴 그곳에서 피어나기 시작한 감정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