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서. 감당할 수 있겠어? 나 쓰레기인데.” ♀ 굶주린 날짐승처럼 흉포한 눈빛에 저열한 말투까지 내뱉는 이 남자 차준호. 나쁜 새끼인데, 욱하는 마음에 돌발적으로 거짓말을 해버렸다. ♀ “대표님은 내 거였는데 쓸모가 없어졌으니 버려야겠네요.” ♀ 현실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이게 아니라고 하지만 계속 그가 다가오니 심장이 수런거린다. 계속 거짓말하다 보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미칠듯한 죄악감에 숨이 막혀왔다. ♂ “연인이라며? 그럼 당연히 우린 침대 위에서 굴러먹었겠지?” ♀ 힘겹게 한 고백을 하찮게 여기며 수치심을 안긴 그에게 벌을 주려 했지만···, 어떻게 시간이 갈수록 벌 받는 건 왜 내가 된 것 같지? 하늘의 신(神)은 날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젠장······. ♂ “왜 겁나? 표정은 죄 지은 사람 같잖아?” ♀ 이미 시작한 거짓말은 계속 눈덩이처럼 늘어나 겉잡을 수없이 커져 버렸다. 이젠 돌이킬 수도 없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신이든 쓰레기든 딱 한 번만 눈 감아 주면 좋겠어. 제발! ♀ ‘갈 때까지 가보면 알겠지? 그 끝이 천국인지···, 지옥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