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강박증으로 볼 만큼 완벽주의로 살아온 지한에게 ‘결혼’은 그의 삶을 완성하는, 하나의 계획에 지나지 않았다. 결혼 정보 회사에서 완벽한 조건의 상대를 찾는 지한. 교육자 집안에서 보수적으로 자란, 정년이 보장되는 공기업에 다니는 여자. 열심히 사느라 제대로 된 연애도 하지 않았던 그는 결혼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신랑과 신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남편과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할 것을 맹세합니까?” 지한은 망설임 없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이제 신부가 대답할 차례였다. 그런데, 주례의 표정이 이상했다. 하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본 지한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여러분, 이 여자는 혼인 서약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남의 가정을 파탄 낸 사람이기 때문이죠. 상간녀가 사랑의 맹세라니, 우습지 않습니까?” 웬 여자가 나타나, 결혼식을 망쳐 놓고 발차기를 날리고 말았으니! 결과적으로, 전환점이 맞기는 했다. 결혼식 이후 그의 삶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