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했다. 아무런 감정 없는 맞선, 실리에 따른 약혼. 그러니 적당히 원하는 걸 취하다 발을 뺄 생각이었는데. 그럴 생각이었는데……. “도망치고 싶거든 제대로 숨었어야지.” 남자의 입매가 위험하게 비틀렸다. 내려앉은 시선은 한없이 오만하다. “못본 척 보내주기엔 내가 이미 강서아 씨가 간절한 사람이라.” 빈틈없이 맞닿은 시선에 눈앞이 어지럽다. 멋대로 이를 드러낸 남자가 날 문 채 놓아주지 않는다. “견뎌봐요. 난 끝까지 가야겠으니까.” 뜨거운 숨과 함께 입술이 맞물렸다. 그러나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밀어낼 수가 없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