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 봐.” 묵직한 시계가 장태서의 손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관계를 맺기 위한 전조 증상처럼, 그 모습을 볼 때면 인아의 심장 모퉁이가 잘려 나가는 것만 같았다. “오늘이 함께하기 좋은 날이라고…….” “아들이라도 들어서기라도 한데?” 1년간 보아 온 냉소인데도 눈앞에서 마주할 때마다 주변 공기조차 숨죽여 들이마셔야 했다. 절대 속마음을 들켜서는 안 됐다. “딱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고도 했겠고.” 그의 입술 끝은 여지없이 서늘하게 말아 올라갔다.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설명해 줬나?” 인아는 그의 피가 섞인 아이를 낳아 주고 먼지처럼 사라져야만 했다. 장태서는 절대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