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리아!” 아, 빛이 들어온다. 마차의 나무판을 뜯어내고 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름 따위 안 불러 줘도 상관없어. 구해만 준다면 말이야. 그러나…. 그들은 곧바로 내게서 고개를 돌리더니 반대편의 세실리아만을 구해 갔다.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실리아를 부르는 목소리만 희미하게 멀어져갈 뿐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 버림받은 거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두고 가는 건… 씨발! 나 안 해. 세실리아 친구 안 해. 조연 인생 안 해! 지들이 뭐 얼마나 잘났다고! 꺼져 가는 시야 속에서 나는 다짐했다. *** 가슴이 쿵쾅거렸다. “리아나! 그게 무슨 말이야.” “세실리아, 넌 아마 평생 모를 거야.” 이것만큼은 단언할 수 있었다. 허상인지 실제인지 달리던 마차가 전복되기까지의 일들, 너를 보호하려 애썼던 날들, 어울리려고 노력했던 수많은 날 사이사이의 눈물들. 내가 받은 보답은, 버림이었다. 나를 두고 세실리아 너만을 구해 갔던 세 남자의 잔상이 이토록 뚜렷한데. 나는 숨을 깊이 쉬었다. 폐부를 찌르는 상쾌한 공기가 날카롭게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