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말 때문에 그러신다면 오해세요. 전 결혼하겠다는 뜻으로 말씀드린 게…….” 그녀가 반박하는 와중에 문이 벌컥 열렸다. 초연은 밀실 안으로 나타난 얼굴에 깜짝 놀랐다. 반윤조였다. “조 실장은 그만 빠져. 지금부턴 내가 얘기하지.” 초연은 반윤조를 만나 기뻤다. 하지만 이내 그의 굳은 표정을 보곤 조 실장의 생각과 그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지금, 내가 바라는 건 하나뿐인데, 네 생각은 어때?」 「한 번이면, 되나요?」 「당신은, 한 번이면 되나?」 기계를 통해 들려오는 제 목소리에 초연이 아연실색했다. 반면 두 남자는 표정에 미동도 없었다. “내 실수였어.” “네……?” “너 같은 여자와 하는 게 아니었는데.” 초연은 연이은 충격에 다시 할 말을 잃었다. 반윤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날의 따뜻한 느낌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얼마면 돼?” “나는 그런 게…….” 이번엔 테이블 위에 카드가 놓였다. “무한도 카드야. 여기에 쓴 만큼 현금을 더 얹어주지. 그러니 지금 이 시각부터는 임신 문제로 병원에 다니기보단 백화점을 다녀.” “반윤조 씨……!” “혹은 정말 임신이라면 조 실장 말대로 해. 그게 당신 앞날에도 좋을 테니 말이야. 관련 결제는 이거로 하고.” 그가 지갑에서 천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내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