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모릅니다! 낳아서 키워보라고 하세요! 책임? 책임 같은 소리 하고 계십니다! 제가 왜 책임을 집니까?” 조폭처럼 보이는 거만한 눈빛을 한 미끈한 얼굴의 용호파 고문변호사, 강하문. “아이는 옵션이 아닙니다. 가지고 싶으면 가지고 지우고 싶으면 지우는 그런 존재가 아니란 말입니다.” 28년 동안 키스도 한 번 못 해본 산부인과 간호사 주세연. 검사 비용을 지불하려 자신의 눈앞에 선 남자를 쳐다보는 세연의 이마에 세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개. 새. 끼. “너 인생 그따위로 사는 거 아니야! 넌 하늘이 무섭지도 않냐? 이 십 원짜리야!” 취한 여자가 달려와 그의 머리를 핸드백으로 후려쳤다. 남자의 뒤에 늘어서 있던 어깨들의 기세는 흉흉했으나 취한 여자는 기세등등했다. “뭐? 책임이 없어? 애는 여자 혼자 만드냐? 사람이 말이야! 들어올 때 마음 다르고 나갈 때 마음 다르다지만 그러면 안 되지! 여자가 낳아서 키우겠다고 하면! 같이 키워주지는 못해도 미안한 기색이라도 보여야 인간인 거라고, 이 나쁜 새끼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조차도 나오지 않는 하문이다. 이 여자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크게 오해를 하고 삿대질하며 소리 지르는 건지 알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