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배 속에 내 새끼를 심어 둘 걸 그랬지.” 윤태조 특유의 미소를 본 수아의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내 경고가 우스웠나 봐. 한 번은 봐줄 수 있어도 두 번은 안 된다고 했을 텐데.” 피곤하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긴 태조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런데…… 감히, 또 도망을 쳐?”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할까. 감히, 내가. 더는 비참해지고 싶지 않아 당신을 떠났는데. 우린 그냥 계약으로 맺어진 사이였을 뿐인데. “윤태조 씨는, 대체 나랑 뭘 하고 싶은 거예요.” “글쎄. 연애? 결혼?” 태조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거기에 출산과 육아도 따라붙는 옵션이지. 선택해 봐. 뭐부터 하고 싶은지.” “…….” “아, 한 가지가 빠졌네.” 성큼 다가온 그가 수아의 귓가에 읊조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임신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수아는 기절하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아냈다. “오늘부터 넌 내 침대 위에서만 지내게 될 거야.” 윤태조는 제게 목줄이라도 채울 기세였다. “거기서 먹고, 자고 모든 걸 하게 될 테지. 물론 그 짓도 포함이야.” 대체 이 미친 사랑의 끝은 어디일까.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면 또 도망쳐 봐.” 윤태조의 애정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처럼 질퍽하기 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