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윅의 왕세자로서 묻겠습니다. 내가 왜 루실 공녀가 아니라 이디스 공녀와 결혼해야 하는지, 왕성의 모든 귀족들 앞에서 대답해 보시지요.” “……미안한데, 설명하기 어렵다.” 윌프레드가 쏘아보자 이디스가 얼른 고쳐 말했다. “어렵……사옵니다……?” 이 나라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펜윅의 왕세자비가 되겠다 한 여자는, 대타 주제에 박색이 아니었다. 실은 그 언니보다 훨씬 예뻤다. 펜윅의 정당한 계승자, 하트웰가의 윌프레드 왕세자 전하에게 아무때고 반말을 해 대서 그렇지. “전하는 어째서 그런 형태인가?” 내뱉는 말마다 이 모양인데, “침묵은 은.” 심지어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나, 아직 기절 안 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엉뚱한 짓만 저지르는 여자. 하지만 이디스만큼 사랑스러운 여자를 윌프레드는 본 적이 없었다. 그 작은 머리통에 그를 당황시킬 생각만 가득한 여자를 본 적도 없었다.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를 웃게 했다. 행동 하나하나가 그를 미치게 했다. “당신이 아기를 원하는지 물었잖아요, 이디스.” “......아기 제조를, 생산을?” “그건 당신이 말해 줘야지.” 펜윅 여자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었는데. 그의 비, 이디스는 그가 공국에 보낸 소금 대신조차 아닌 대타 신부였는데 사랑하게 되고 말았다. 그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펜윅도, 왕관도 다 필요 없어요. 당신만 있으면.” “펜윅과, 왕관과, 나와, 전부 전하의 것.” 이제 윌프레드에게 중요한 사실은 딱 하나였다. 이디스는 죽을 때까지 그와 함께 펜윅을 다스릴, 그의 유일한 비이자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