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어.” 특별할 것 없는 정략결혼이었다. 1년의 결혼 생활 내내 서경이 해외에 있었던 것과 은채 혼자 서경을 좋아했다는 것을 빼고는. 이혼한 지 3년 후. 은채가 계약직으로 일하는 회사의 오너가 바뀌었다. 3년 전 미련 없이 이혼해 줬던 전남편, 백서경으로. “죽은 듯이 지낼게요.” 은채는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물러설 곳이 없으니 자존심 따위는 버려야 했다. 서경은 그녀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말과 함께 농담처럼 툭 뱉었다. “가장 싫어할 일부터 해 볼까?” “무슨 말씀이신지?” “잘까?” 서경이 빙그레 입가의 미소를 끌어올렸다. 미련한 짓인 걸 알면서도 은채는 이 관계를 놓지 못하고 매달렸다. 그러나 과거의 이은채도, 현재의 이은채도 백서경에게 짐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녀는 서경의 인생에서 사라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경의 인생에서 또다시 은채가 사라졌을 때, 서경은 삐뚤어진 제 욕망이 결국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