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의 모델이 되어줘. 그게 조건이야.” 8년 만의 재회였다. 사방팔방 찾아 헤매던 완벽한 모델을 찾았는데, 하물며 그게 민수혁이라 해도 절대 놓칠 수가 없었다. 꼭 그의 몸이 필요하다. “나와 결혼하면 언제든 내 몸을 볼 수 있어. 밤이든 낮이든 네가 원하는 때라면 언제든지.” 지독했던 사랑은 가고 증오만 남은 인연. 로아는 전시회를 핑계로 계약 결혼을 수락한다. “왜 꼭 나야?” “내 목표는, 나에게서 도망쳤던 만큼 널 괴롭히는 거야.” 낮은 음성으로 수혁이 입을 열었다. “감히 내 곁에서 도망친 걸 후회하게 만드는 거라고.” 내가 천천히 너를 내 것으로 길들일 거거든. 수혁은 자신만만하게 한쪽 입술만 끌어올려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