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비서야. 내 개인 비서라고. 그 누가 뭐라든 다 무시해. 넌 무조건 내 말만 따르면 되는 거야. 알겠어?” “……알겠습니다.” 처음 보는 여자애. 처음 해보는 비서라는 일. 재벌집 아가씨 진가은의 비서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것. 그것이 서지한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그와 아버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래서 동갑내기 가은에게 충성을 다했다. 그저 일이니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녀가 모셔야 할 아가씨가 아니라,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서 비서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아가씨야말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부터 말해 봐요.” “난…… 모르겠어. 결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아직 남자도 못 사귀어 봤는데…….” “그럼 사귀어 봐요.” “뭐?” “오늘 맞선 본 남자랑 결혼해도 상관없어요. 다른 남자랑 결혼해도 상관없으니까…… 나랑도 사귀어 봐요.” 입 밖으로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진가은을 가지고 싶다. 어쩌면 처음 만나던 그 순간부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