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면 잡으러 간다. 그게 어디든.” 민하는 기신우에겐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그가 재벌 3세든, 어느 그룹 후계자든, 뭐든. 억지로 참석한 교수님의 생일 파티 자리에서 그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쓰러진 것은 분명 사고였다. 그러나 5년 뒤. 대학원에서 조교 생활을 하던 민하에게 담당 교수가 안식년에 들어간다는 소식과 함께 대신할 임시직 교수가 온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왜 하필 너냐. 머리 좋은 선배들이 쌔고 쌨는데, 왜 하필 너냐고. 우리 교수님은 왜 저 이상한 또라이, 기신우를 자기 대신 교수에 앉혀 놓고 갔을까. 하지만 또라이와의 인연은 질겨도 매우 질겼으니. “내가 널 놔줄 것 같아? 말했지? 도망가면 잡으러 간다고.” 이번엔 또라이가 상사가 되어 민하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음습하게 속삭인다. “오늘 밤에도 안 보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