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뭡니까?” “그건 왜……?” “이름 기억해두었다가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아서요.” “뭐라고요?” 도경은 하도 기가 막혀서 저도 모르게 앙칼지게 소리쳤다. 이름을 기억해두었다가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아서라니! 비록 괜스레 수선을 떤 꼴이 되었지만, 분명 남을 도우려고 했던 일이 아니었던가. 이런 모욕을 당할 이유가 없었다. “꼭 기억해 두길 바라요. 내 이름은, 곽도경. 곽도경입니다.” “잊어버리라고 사정해도 기억해 둘 겁니다.” “이제 그만 나가줘요.” 도경은 당당하고도 싸늘하게 말했다. 역시 싹퉁머리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 아예 삭발을 해버린 게 분명했다. 그녀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몸짓으로 수돗물을 트는 것을 보면. “갑자기 귀라도 먹었어요? 여긴 여자 화장실이니까 나가요.” “여긴 남자 화장실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