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미안하지만 넌 그 결혼 못 해.” 모든 건 카미긴, 그 섬에서부터 시작이었다. “여기서 뭘 하는 겁니까. 꼴은 또 그게 뭐고.” 우연히 가게 된 필리핀의 외딴섬에서 만난, 첫인상이 최악이었던 남자 태준. “여기 이상해. 이상한 곳이야. 분명히 내가 맞는데 내가 아닌 것 같아.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그 섬을 나가면 전부 잊겠다던 지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건 섬의 마법일까, 운명일까. 속수무책으로 서로에게 빠져든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하지만 뜻밖의 상황에 휘말리고 만다. “부탁이야. 제발 돌아가 줘, 태준 씨.” 그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면서. 얼마나 제 가슴이 난도질당했는지도 모르면서. 참담함에 핏발이 선 붉어진 눈으로 지은을 내려다보며 태준이 악문 잇새로 중얼거렸다. “널 보려고 여기까지 달려왔어. 너 하나 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