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해원 싫어한 적 없습니다. 좋아했지.” 야근, 철야, 독설, 퇴짜. 해원을 괴롭히는 게 낙이었던 상사가— 갑자기 프러포즈를 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사랑해 주겠습니다.” 뭘 해요? 사, 사, 사랑이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케이스가 열리자, 굵직한 다이아몬드 링이 영롱한 빛을 뿜었다. 일 년간의 괴롭힘 중에 오늘이 단연 최고였다. “왜. 나랑 결혼하기 싫습니까?” “싫습니다.” “……?” “당연히 싫죠. 그걸 질문이라고 하십니까?” 단호한 대답에 잠깐 말문이 막힌 듯, 제민의 눈빛이 흔들렸다. 해원이 서둘러 일어서려는 순간. “주준우. 석방해 주겠습니다.” “……!”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저를 구하다 감옥에 간 친구, 주준우. 회사에서 한 번도 그 이름을 입 밖에 낸 적이 없는데. “……전무님께서 준우를 어떻게 아십니까?” “결혼할 여자에 대해 알아보는 건 기본이죠.” 남자가 냅킨을 툭 던지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이게 정말 청혼이 맞을까? 아니면 벗어날 수 없는 덫일까. 그는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