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게 하지 마요, 선배.” 차정후는 친절하거나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눈에 띄게 거리를 두고 다가오지 못하게 특유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런 정후의 옆까지 그녀는 어떻게 가까이 가게 된 건지. 그러나 강산 그룹 후계자와 천애 고아나 다름 없는 유영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었다. 1년 동안 연인처럼 만났지만 사귀는 건 아닌 사이. 그래서 헤어지자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사이. 정후의 유학 앞에서 두 사람의 사이는 딱 그 정도였다. 그리고 5년 후. 유영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이제 네 살이 된 너무 귀여운 딸, 리아. 리아를 위해서 유영은 강해졌고, 이대로 행복할 줄 알았다. 차정후와, 그러니까 리아의 아빠와 조우하기 전까진. 유영은 몰랐다. 4년 전 정후의 진심을. 그저 지나가는 여자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은 존재라 여겼는데, “네가 걸려.” 새벽에 버리고 온 여자가 그의 발길을 무겁게 만들었다. 사랑한 것도 아닌데, 사랑인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