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뒈진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네?” 은설의 등허리를 휘감은 태하가 한쪽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주은설.” 쿵-. 그녀의 심장이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꼴을 한 자신을, 류태하가 기어이 알아본 모양이었다. 태하가 그녀의 턱을 슬며시 그러잡았다. 은설은 눈에 힘을 주며 한껏 위로 치떴다. “이 손, 치워.” “치우라니. 이제 내가 너 주인인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샀으니까.” 태하의 미소가 더욱 짙은 빛을 띠었다. “그래도 명색이 류태하의 첫사랑인데. 고작 그 금액에 팔려 온 건 자존심 상하더라.” 서늘한 눈매 속의 안광이 섬뜩했다. 은설은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상처만 주고 버렸던 그에게 이젠 빚까지 안기게 되다니. “……그 돈, 내가 갚을 거야.” “당연히 갚아야지.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온기라곤 없는 음성이 다시 한번 은설을 할퀴었다. 과거의 죗값은 그녀에게 이토록 잔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