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마수 전쟁을 일으켜 펜 제국을 멸망 직전까지 이르게 했던 크로우 대공. 삼십 년에 한 번씩 황녀를 제물로 데려가는 황실의 적. 마수의 피를 마시고 마수를 부리는 마수의 왕. 영지 밖으로 나오지 않아 누구도 본 적 없지만, 수틀리면 다시 제국을 마수떼로 짓밟을 수 있는 미치광이. 이것이 크로우 대공에 향한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대공은 두 번의 마수 전쟁을 일으켜 제국을 몰락 위기까지 몰아넣었고 한발 더 나아가 황녀를 요구했다. 힘이 없었던 황실은 대공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이후로 삼십 년 주기로 황녀들이 대공령으로 떠났다. 그들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황녀 한 사람을 희생해서 유지되는 평화에 모두가 묵인했다. 그리고 이백여 년이 흘렀다. 어김없이 약속된 삼십 년이 지나자 대공의 서신이 도착한다. [여섯째 달 마지막 날, 황자를 보내시오.] 처음으로 금기가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