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항상 연서에게 가차 없었다. “돈 때문이 아니었나?” 냉랭한 말투, 그보다 더 살얼음같은 냉담한 시선이 연서에게 꽂혔다. “... 돈 때문만은….” “돈 때문만이 아니라고?” 자신과 돈 때문에 결혼한 것이 아니라니. 그가 조소 섞인 입꼬리를 휘며 말을 이었다. “오늘도 장인어른이라는 사람이 내게 돈을 요구하셨는데, 아니라고?” 그 말에 놀란 눈을 뜨는 그녀가 같잖아 보였다. 순진한 얼굴로 모르는 척, 얼마나 많은 남자를 속여왔을까. 그러자 이유 모를 짜증이 솟구쳤다. 그가 느른한 표정으로 거칠게 넥타이를 끄집어 내렸다. “돈을 받았으면 대가는 해야지.” 입술을 달싹이던 그녀가 울음을 삼켜내듯 잇새를 꽉 물었다. 하나둘 옷을 벗고는 새하얀 나신으로 그의 앞에선 그녀가 가녀린 숨을 토해내며 목소리를 냈다. “정말…. 돈 때문만은 아니…. 읍.” 그녀의 말은 그의 입속에서 무참히 짓뭉개졌다. 아주 처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