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인이 돼줘, 강 비서.” 짝사랑하던 상사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사심 없이 날 도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강 비서 같은 사람.” 그것도 사심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다른 사람에겐 뺏기기 싫었으니까. 비록 기간이 정해진 가짜 애인이라도. *** 그만두겠다는 그녀의 말에 그가 별 희한한 소리를 들었다는 표정을 했다. “그만두겠다는 건 비서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비서도, 대표님의 애인 역할도 모두 그만두겠다는 겁니다.” 미리 준비라도 한 것 같은 차분한 말씨에 그의 눈에선 사나운 불꽃이 튀었다. “어떤 새끼야?” 필터링 없이 튀어나온 날 선 음성에 그녀의 눈가로 파문이 번졌다. “강 비서 마음에 있는 새끼가 누구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