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아래서 울게 될 거야, 반드시.” 촘촘하게 짜여진 거미줄이자 빠져나갈 수 없는 덫. 태이에겐 지금 눈앞에 닥친 선자리가 그러했다. 전법무부 장관 할아버지에 현 검찰총장 아버지. 그리고 짱짱한 로펌을 이어받은 오빠들. 그런 오빠들의 정치 생활을 뚫어줄 뇌물이 바로 태이였으니까. 태이 집안의 협박으로 선자리에 앉은 주강 그룹의 장남 역시 이 결혼이 마음에 안 드는 듯하니 내심 그가 이 덫을 파훼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합시다.” “……뭐, 뭘요?” “결혼.” 그게 싫어서 타협하고 조율하러 왔는데 뭘 해? 퇴로를 찾길 바랐더니 되레 최후의 퇴로마저 차단당했다. 안 그래도 비극적인 인생에 이럴 수는 없었다. “나는…… 싫어요.” 게다가 눈앞의 이 남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음에 안 든다. 그러나 태이의 솔직함이 이 말도 안 되는 결혼에 불을 지필 줄은 그녀도 몰랐다. “내가 싫다, 이건가?” “네.” 그녀의 단호한 대답이 기분 나쁜지 그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날 짓뭉갠 그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발끈하는 널 깔아뭉개는 모습을. 그럼 그분들은 어떤 기분이실까? 후회해도 늦은 뒤에 모습이…… 몹시도 궁금해졌어.” 느릿하게 말을 끝내고 미소를 짓는 하준의 모습은 매혹적이고도 사악한 악마 그 자체였다. 그리고 한 달 뒤 신부 대기실. 하준은 그녀를 쳐다보며 처음으로 웃지 않고 입을 열었다. “다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