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기억을 잃었다. 나를 사랑하던 마음도, 자신의 흔적과도 같은 아이도. 그래서 나는, 우리의 시간을 도려낸 그를 놓아주었다. 먼저 찾지 않는다면 다시 만날 일은 영영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우서연 씨를 좋아했습니까?” 여전히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서. 그가 내게 왔다. “……전 사장님과 얽히고 싶은 생각, 전혀 없어요.” 모르는 척, 사랑하지 않은 척. 그를 밀어내야만 했다. 그러나 밀어낼수록 그는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나, 우서연 씨랑 연애하고 싶은데.” “…….” “대답해 봐요, 그럴까?” 결국. 잃어버린 시간이 야속하게도, 우리는 서로가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