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오랜 짝사랑. 누가 뭐래도 김진규는 이동주에게 그런 존재였다. 일탈의 마카오, 단둘이 호텔 방에 있자고 그가 제안하기 전까진. “김진규, 장난이면 그만둬.” “장난 아닌데.” “키스하면 나랑 사귀는 거야.” “그래? 그러자 그럼.” 키스만으로 끝날 리가 없다는 건 우리 둘 다 알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규의 손길은 대담해졌다. “우리가 사귀는 게 너한텐 어떤 의민데?” “뭐겠어. 그동안 널 보면서 상상한 걸 다 한다는 뜻이야.” “…….” “그러니까 긴장하라고.” 달궈진 온도 탓에 서늘한 시트에 등이 닿는데도 온몸이 후끈거렸다. 끝을 모르고 덤벼드는 진규를 이번에도 동주가 이성을 찾아 떼어 놓았다. 너, 정말 처음은 맞는 거니. “이동주, 내가 진실 하나 알려 줄까?” “무슨?” “잘 생각해 봐. 네가 한 게 짝사랑이 맞는지.” 시(詩)를 사랑하는 서점 직원 이동주. 떠오르는 톱 모델 김진규. 길고 긴 계절을 돌아 서로에게 안긴 두 사람. 짝사랑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