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이 사랑에 빠진 건 말간 수채화 같은 남자였다. 툭 괴롭히면 눈물이 삐죽 튀어나오는 귀여운 사람. 그러나 그의 옛 연인은 너무나 강력한 존재였다. 가장 애틋할 때 사고로 죽어 버린 옛 연인을 산 사람이 이길 수 있는 방법? 내가 알기로는 전무했다. 하지만, “왜 세상은, 나를 언제까지나 슬퍼만 해야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요…….” 어쩌면 자신의 고정 관념이 그를 더 힘들게 했었는지도 몰라. “나 좀 믿어 줘요. 아무 의심 없이 예뻐해 줘요.” 그를 꼭 끌어안아 주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니 이제는 밝혀야 한다. 내가 당신의 추억을 없앤 장본인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