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무진은 이 행위가 가문을 저버리는 일임을 알고 있었다. 세첸을 다시 만나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나아가야 했다. 부족을 등지고, 오롯이 혼자가 되어. 하지만 무진에겐 이미 경험이 있었다. ‘마치 성인식을 다시 치르는 것만 같다.’ 익숙하진 못해도 낯설진 않았다. 무진은 말을 달리며 생각했다. 오롯이 홀로 통과해야 하는 그 시험에서 무진은 아무도 몰래 세첸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무진은 성인식을 다시 제대로 치르는 것만 같았다. 혼자서, 초원을 통과해 나아간다. 하나 이번엔 다시 부족으로 돌아올 기약이 없었다. ‘세첸.’ 무진의 목적지 또한 장성長城이었다. ‘네 말을 듣고도 내가 무심했었다.’ 그녀가 도망쳤다는 말을 들은 순간 세첸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해 왔던 말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무진은 그녀가 어디로 향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너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었어.’ 이 초원 밖이었다. ─그곳엔 새로운 세계가 있을까? 세첸의 말이 무진의 머릿속을 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