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눈동자의 빈민촌 소녀. 폐위되어 왕궁에서 쫓겨난 소년 왕. 어린 소년과 소녀의 운명과도 같은 만남. “난 왕이야. 이 나라의 왕.” 아니. 소년은 왕이 아니었다. 소년의 왕국에서 소년은 혼자였다. 소년의 고집스러운 얼굴은 추위와 어둠, 배고픔과 뒤섞여서 미묘하게 서글펐다. “내가 네 백성이 되어줄게.” 소녀는 고개를 들고 방긋 웃었다. 소녀의 미소에, 소년은 다시 왕이 되었다. 백성이 딱 하나뿐인 왕. 이 작은 왕국에서, 소년과 소녀는 오직 그들 둘뿐이었다. *** 하데스는 바닷바람에 날리는 페르세포네의 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의 손길이 기분 좋은지 페르세포네가 눈을 빛내며 미소 지었다. 그녀의 그런 친밀한 웃음, 기쁜 미소는 늘 감정의 심지에 행복한 온기를 주었다. “말했었나?” 하데스는 속삭이듯 고백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네가 내 유일한 사랑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