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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될 줄 몰랐다 장을 웹소설 전체 이용가 총 32화 32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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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아들 클라우스에게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알 수 없는 뭔가가 클라우스에게 끝나지 않은 주문(呪文)으로 걸려있었다. 나는 놀랐다. 아니, 그냥 놀란 게 아니었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꿈을 꾸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진짜로 그런 일이 생겼다. 손이 떨리고 몸이 떨려서 어찌해야 할 줄 몰랐다. 의사에게 빨리 와달라고 전화하려는 순간 그만뒀다. 이걸 의사에게 알리고 보여주면 안 될 거 같았다. 실험용 연구 대상이 될 게 뻔했다. 결코 클라우스를 그렇게 만들 수는 없었다. 엄마인 내가 해결해야만 했다. 내가 클라우스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야 했다. 클라우스의 DNA는 나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다. 내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알아내고 이해하고 만들어 내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DNA는 나를 향해, ‘클라우스는 내 것이다. 내가 즐길 나의 제물이다. 클라우스는 내 것이다. 나를 위한 피의 제물이다.’라고 무섭게 소리쳤다. 클라우스를 제물로 바칠 순 없었다. 나는 엄마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 클라우스를 해체하려 드는 DNA의 이 미친 폭주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신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반드시 내 손으로 신을 죽일 거라 선언했다. 나는 엄마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집중해야만 했다. 내 아기의 목숨이 걸린 문제였다. 내가 구해온 특수 탄력물질에 미리 합성해 만들어 놓은 액상 형태의 표준 DNA 합성물질을 발랐다. 특수 탄력물질은 액상으로 된 표준 DNA 합성물질을 완벽하게 흡착할 수 있었다. 방법을 알아내긴 했는데 망설여졌었다. 내가 내 눈을 찌를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클라우스의 눈을 찌를 수는 없었다. 엄마인 내가 해야만 했다. 아기를 위해서 엄마가 할 일이었다. 하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필요한 몇 가지 도구를 가져다가 소독하고 눈을 향해 찌르려고 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았다. ---------- 갓난아기였던 나의 아들 클라우스는 이제 다섯 살이 되었다. ---------- 나는 꽉 막힌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불 꺼진 깜깜한 방안에서 통곡하듯 울었다. 다음날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울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특히 클라우스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해보았다. 그 다짐대로 정말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로서 나의 아들을 위해 그렇게 노력할 것이다. 나의 아들 클라우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엄마인 나, 미레야노제는 눈물 대신 용기로서 클라우스의 인생을 보호하고 지켜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와 클라우스는 다음날도 외출 연습을 계속했다. ---------- 엄마 미레야노제를 위해 아들 클라우스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다른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클라우스에게 그런 다른 일들은 이제 관심사도 아니게 되었다. 뭐가 됐든 엄마를 위한 일로서의 목적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해보려던 거였을 뿐이다. 이제는 그런 것들 전부 불필요해졌기 때문에 클라우스는 그냥 이곳에서 더 머물러도 될 거 같았다. 그동안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충분히 쉬게 해주고 싶었다. 선회해서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의 창밖 하늘에서는 끝없이 펼쳐지며 온갖 색채로 물든 일몰의 장관을 두 눈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그 하늘 깊은 속으로 엄마 미레야노제의 미소가 아들 클라우스의 두 눈에 내려앉듯 고여 들었다. 하늘로 치솟은 형태 모를 자세의 온갖 구름이 비행기 앞에 뭉글뭉글 줄지어 섰다. 서쪽으로 길게 늘어지며 마지막 빛을 찬란하게 뿜어내는 태양과 구름이 힘겨루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구름결의 모든 부분에서 힘껏 빛무리를 반사하는 덕에 클라우스 눈에 보이는 하늘과 산과 땅 전부가 노을빛으로 진하게 물들었다. ---------- 클라우스는 혼잣말로 “네, 엄마. 저 여기 있어요. 아들 클라우스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웃었다. 분명히 엄마 목소리가 귀에 들렸는데 엄마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모든 곳에 있었다. 클라우스 옆에 언제나 있었다. 클라우스가 출생하는 순간부터 그가 평생을 거쳐 이 순간까지 살아오면서 엄마 미레야노제는 언제나 늘 아들 클라우스 옆에 존재했었다. 이제 곧 아들도 엄마가 있는 그곳으로 갈 거라고 클라우스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엄마는 아들을 보며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눈물을 흘리며 클라우스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도중의 어느 사이, 클라우스는 이미 숨을 거두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