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꽃말처럼 ‘끈질긴 사랑’, ‘불굴의 인내’, ‘잊을 수 없는 사람’을 상징하는 백일홍은 세 여성 모두의 삶을 관통하는 강한 이미지다. 사회적 약자, 입양, 출생의 비밀, 권력과 가족의 의미, 그리고 그 안에서 여성 개인의 욕망과 희생을 진하게 풀어내며,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서 "사랑이란 무엇인가, 가정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보육원 출신의 여자. 어린 시절 원장의 폭력과 학대,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 속에서 자란 그녀는 어느 날 원장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스무 살, 너무도 두려웠던 그녀는 아기를 낳은 뒤 보육원 문 앞에 버리고 도망치듯 떠난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를 다시 끌어당긴다. 그녀는 사장집에 파견된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중, 배고파 우는 아기를 보고 본능적으로 젖을 물린다. 그 순간부터 그녀의 인생은 다시 뒤바뀐다. 아기의 아버지인 사장과 결혼한 그녀는 부와 안정을 얻지만, 친아들에게 백혈병이 찾아오면서 또다시 인생은 절벽으로 향한다. 골수 이식이 필요한 상황. 기적처럼 운전기사의 딸이 조직이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딸을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다. 운전기사의 딸, 그 아이는 그녀가 과거에 버린 친딸이었다. 운전기사의 외동딸로 자라온 또 다른 여자. 이름 없는 아이, 과거 없는 여자. 고아였던 그녀는 기사였던 아버지의 손에 길러졌고, 그의 사고사 이후 그룹 집안에 입양된다. 입양된 삶은 차갑고 위태롭기만 했다. 친딸의 골수이식 대상자로 선택되며, 사랑했던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결국, 이식 제안을 거절하고 도망치던 중 사건에 휘말려 살인죄로 감옥에 갇힌다. 10년 후, 그녀는 새 이름으로 세상에 돌아온다. 과거를 지우기 위해 이름을 버렸고, 빼앗긴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이름을 가졌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그룹의 외동딸로 자란 여자. 사랑도, 가족도, 관심도 모두 양딸에게 빼앗겼다는 분노로, 엄마의 진짜 딸을 괴롭히고 파괴하려 한다. 자신이 누려야 할 ‘공주 자리’가 빼앗겼다고 믿으며, 엄마도, 사랑도, 아이도 가짜 딸에게서 모두 빼앗고 싶어한다. 그들은 알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삶을 얼마나 부서뜨렸는지. 하지만 백일홍은 여전히 피고 있다. 상처 속에서도 찬란하게, 버림받았지만 지지 않고, 이름을 잃었지만 다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