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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게시판

[서평단 리뷰] 혼자 걷는 새

알키드 2021-10-30 19:39:30 <혼자 걷는 새> 1) 작품 정보 - 작가: 서사희 - 장르: 로맨스 - 회차: 총 90화(외전 9화, 15화 포함) 2) 작품 소개 엄마가 남긴 이억 원의 사채 빚.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내가 몇 년 빌릴까 하는데.” 대부업체 사장의 동생이라는 남자가 제안을 해오기 전까지는. “상환 기한을 3년 후로 미루고, 그간 머물 곳을 마련해 주지.” 조건 없는 3년간의 동거 생활. 그가 원한 것은 그저 자신의 곁에 있으라는 것뿐. “이석 씨, 내 빚 안 갚아줄 거죠.” 그러나 그는 사랑하지 않기엔 너무나 근사한 남자였다. 처음부터 잘못 끼워 맞춘 관계라는 걸 망각할 정도로. 그래서 바보 같은 희망을 가졌다. 이석은 꼭 여원이 여느 때 짓던 웃음처럼, 다소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뺨을 문질렀다. “네 빚은 네 빚이지, 여원아.” * “돈 때문에 날 배신해 놓고, 이제 와서 돈 같은 건 됐다고?” “……난, 나는 당신이 싫어요. 이러는 것도 싫고요.” 그 말에, 이석은 상처가 헤집어진 사람처럼 아픈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반쯤 웃는 듯 우는 듯 묘한 표정을 한 그가 위태로이 말을 이었다. “너는, 번번이 내 생각에서 어긋나지. 처음부터 그랬어. 처음부터……. 너는 내 생각과, 시선과, 계획을 다 어그러뜨려. 다 엉망이 됐다고. 정말이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나를 흔들고, 이렇게 망가뜨리고…….” 3) 등장인물 소개 - '장이석' 조폭 기업 삼진의 막내아들 일상을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살며 정해진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혐오하는 남자 어릴 적부터 모친에게 정신병자로 취급받으며 불안정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우연한 계기로 여원과 만난 후 그녀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 인물 - '신여원' 엄마의 노름빚을 대신 갚으며 악착같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악바리 결국 빚을 상환하지 못하고 팔려 가기 직전, 3년간 채무 유예 약속을 받고 이석의 동거 제안을 수락하게 된 여자 그러나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 때문에 이석을 배신하고 횡령 및 배임죄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4년간 복역을 마치고 출소하게 된 인물 4) 감상평 <혼자 걷는 새>라는 작품은 오롯이 두 남녀의 감정선에 집중해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는 소설입니다. 최근 읽었던 로맨스 작품들이 인물 사이의 감정 교류가 급작스럽다던가 세밀한 묘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데 그동안 쌓인 아쉬움들을 충분히 해소시켜 줄 만한 웰메이드 작품이었습니다. -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필력이 돋보이는 세밀한 감정 묘사 이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이 바로 유려하고도 아름다운 감정선 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이 단순히 긍정적인 종류의 감정만은 아니라는 것, 자신의 이성과 의지로 제어되지 않는 낯선 그 무언가라는 것.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두 남녀가 자신들의 감정을 깨달으며 혼란을 느끼고 이를 부정하기까지 하는 모습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그려져 쉽게 공감이 갔습니다. #매끄러운 문체와 좋은 문장들 소설을 읽으면서 억지스러운 부분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개 자체가 매끄러웠고, 이를 표현하는 문장 하나하나가 깊이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좋았습니다. 예컨대 '삶은 매 순간 노력의 연속이고 투쟁의 집합체다.'와 같이 여자 주인공 여원이 삶을 대하는 방식이 드러나는 문장들이 등장할 때마다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여러 번 생각하며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시점 이동 소설 전개가 '스물일곱의 여자-서른하나의 여자', '스물아홉의 남자-서른셋의 남자' 이런 식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되는데 자칫하면 혼란스럽게 읽힐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시점마다 매력적인 장면들이 많아서 되레 흥미진진했습니다. 과거에서는 인물들의 감정 묘사에 집중하고, 현재에서는 나름의 흥미로운 상황들이 이어져서 두 시점 모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약간 늘어지는 전개 감정 묘사가 세밀한 소설이라 사건 위주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은 충분히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증오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25화 정도까지 전개가 되기 때문에 남자 주인공 시점이 나올 때까지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초반에 이탈하지 않고 쭉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석이 느끼는 감정의 증폭과 변화, 사고 흐름 등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석 시점의 이야기가 좀 더 빨리 등장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5) 총평 <혼자 걷는 새>는 최근 읽었던 로맨스 웹소설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야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관계 설정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었고, 이루어질 수 없고,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 같은 사랑이 어려움을 헤쳐가며 결실을 보는 모습을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열린 결말로 끝나서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외전을 통해 어느 정도 후일담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촘촘한 감정선, 묵직한 로맨스를 찾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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