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메뉴 건너뛰고 본문으로 가기

리뷰 게시판

[서평단 3기 리뷰] [판타지/미스터쿼카] 검은머리 기사왕

근무태만 2021-10-15 22:06:48 [서문] '정통 논쟁'의 역사는 길다. 시작은 무협에서부터 있었으며 최근엔 그 범주가 판타지, 스포츠, 대체역사까지 퍼졌다. 그중 가장 뚜렷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정통 판타지다. 무협과 게임이 소재적인 활용을 통해 생존을 모색, 지금은 장르 개별의 클리셰가 아닌 웹소설 전반의 문법으로 정착했다면, 정통 판타지는 메이저 장르의 대립항이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동시에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장르 정착을 이룩해내고 있다. 흔히 로우 판타지, 또는 에픽 판타지라 불리는, 세계관과 거대 서사를 중심으로 하는 장르. 본작 또한 이 정통 판타지의 매력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일례라고 볼 수 있다. [본문] 인류가 차지할 자리를 오크와 엘프가 차지한 세계관, 이방인 주인공은 자신과 동일한 검은 머리의 기사왕을 따르게 된다. 북방에 왕국을 세우고, 멸종 사이에서 발버둥 치던 세월. 왕은 가장 위대했던 전장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이후 인류는 화전민으로, 야만인으로, 노예로 흩어져 비참하게 생을 영위해나갔고, 주인공 '부러지는 검'은 자신의 사명인 왕의 후계를 찾는 나날을 이어가고 있었다. 오크 지배를 받는 북방의 인간 노예들 사이에서 나타난 작은 소녀. 오크의 처형식 때 표적이 될 그녀를 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웅의 상징이던 검은 머리가 계승된 것이다. 이후 소녀 '눈투성이'와 함께 마을을 떠나며, 두 검은 머리는 인류를 재건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대장장이 '붉은 강철', 북방군 출신의 촌장, 전사 '회색 늑대' 등을 만나며 킹 메이킹을 이어나간다. 검은 머리를 상징으로 삼은 점은 특히나 영리하다. 첫 번째 검은 머리 '부러지는 검'은 이방인이었다. 결코 섞일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 두 번째 검은 머리 '왕'은 인류의 대표였다. 비루한 인류 사이에서 탄생한 최초의 영웅, 신화. 세 번째 검은 머리 '눈투성이'는 희망이었다. 이렇게 같은 특징을 지닌 인물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조명한 작가의 치밀함이 작품의 깊이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결론] 1세대 판타지 소설에 있어 '정통'은 곧 '주류'였다. 서양 3대 판타지와 D&D, 일본의 여러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았음에도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종이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 연재가 플러스 알파였던 시대, 판타지와 무협이 융합하고, 게임이 그 자리에 끼어들지언정 호흡은 종이책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세계관도 거대 서사도 반복 끝에 지루해졌다. 웹소설 시대의 여명에는 이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었다. '상태창'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문법이었다. 웹소설 시대도 10년이 흘렀다. 호구, 사이다, 히전죽으로 대표되는 메이저 문법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이를 지겹게 느끼는 독자층 또한 계속 늘어났다. 패션 유행이 돌고 돌듯 웹소설에도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현실성을 원하는 독자들은 회빙환과 게임 문법조차 거부한다. 완전한 이세계에 내던져진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세계에 적응해나간다. 물론 그 과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종이책 시대와는 다르다. 모바일에 맞춘 가독성과 템포, 그럼에도 과거의 독자적 세계관과 거대 서사를 이어가면서, 정통 판타지는 고유한 매력을 여실히 뽐내고 있다. 정통 판타지의 약진을 보다 보면 '돌고 돌아 순정'이란 말이 떠오른다. 1세대 시절의 향수로만 이 현상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메이저 장르의 흥행과 정통 판타지, 나아가 마이너 장르의 부활이 서로 맞물리듯 이뤄졌기 때문이다. 개인 제작 위주의 대중문화에서, 시장의 크기는 곧 다양성의 크기와 같다. 정통 판타지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웹소설 시장이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작가로서 독자로서, 이 경향성이 무척이나 반가운 이유이다. [종합 의견] 처절한 세계, 탁월한 몰입감. 세 검은 머리들의 인류 재건기. 작품 링크 : https://bit.ly/3DEadJy 블로그 리뷰 : https://blog.naver.com/dwpro93/222538198359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