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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게시판

장르 소설 리뷰) 후작가 대공자는 무림인

위안테스 2021-07-27 14:53:31 작가 : 전욱 장르 : 인북 판타지 빙의 먼치킨 자기가 쓴 판타지 소설 속으로 빙의된 작가. 그 빙의된 대상도 세계를 구하는 주인공이 아닌 록스 후작가의 대공자인 망나니 유렌 록스였다. 약혼자를 겁탈하려다 오히려 맞아서 기절한 후 깨어났더니 유렌 록스가 되어버린 상황. 신기하게도 자신의 상태뿐만 아니라 다른 상대의 현 감정도 알 수 있는 상태창이 발현되고 영문도 모르게 사천당가의 능력이 연결되어 있는 상황. 후작가의 망나니 비만 대공자는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으로 변했고 유렌 록스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관조할 수 능력과 사천당문의 무공을 사용해 소설 속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데.. '위대한 가문의 검술 천재가 되었다'를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 소설은 그리 어려운 선택지가 아니었다. 이내 후회하고 말았지만... 사람마다 상성이란 게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소설 속 세계안으로 들어간 설정이라든지, 온갖 기연을 다 얻고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꾸며놓은 듯한 꽃길을 걸으며 숨만 쉬어도 들어오는 온갖 보물들과 인재들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세계에 드리워진 위기를 걷어내고 영웅이 되는 이런 전개. 이런 류의 소설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즐기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다 보는데 무려 한달 가까이 걸렸다. 보통 짧으면 며칠안에 길어도 일주일안에 왠만한 소설들은 완독하는 편이지만 이 소설은 진도가 거의 안나가 한달 가까이 공을 들여서야 간신히 다 봤다. 특히 초반부의 진입장벽은 꽤 높아 100회까지 거의 20일이 넘게 걸렸는데 이는 개인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일반 문학이나 전문 소설도 아니고 장르 소설을 한달 가까이 걸려 완독했다?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타나트 노트'라는 소설이 이해가 안가서 여러번 새로 읽으며 한달이 넘는 시간만에 완독한 후 이렇게 어렵게 책을 본 기억은 처음이다. 그만큼 어려운 책도 아닌 단순하게 즐기는 장르소설인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렸을까? 이는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이자 상성이 안맞아서라는 결론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3가지 형태의 각기 다른 작품들을 떠올렸다. 첫째로는 7~80년대 대한민국 장르문학시장을 주물렀던 구무협. 90년대엔 그런 구무협을 비판하며 신무협이 화려하게 등장했는데 구무협의 특징이라면 작위적이고 먼치킨적이며 주인공 중심적인 전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000년 전후에 나왔던 이고깽 소설의 시대를 연 '아이리스'. 극강의 재미를 주었지만 한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이 이계로 넘어가 온갖 기연 끝에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지멋대로 세계관을 주무르는 말 그대로 '이고깽'이라는 장르를 연 작품이다. 그리고 2010년대 장르 소설계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 작품들이 있는데 레이드 소설을 개척한 실탄 작가의 '나는 귀족이다', 이면 세계를 다룬 탁목조 작가의 '이알 게이트', 회귀 및 독식 그리고 먼치킨 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로유진 작가의 '메모라이즈' 등등. 이 소설은 바로 구무협과 '아이리스', '메모라이즈'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 눈에 띈다. 셋 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재미는 있다. 구무협이 한 시대를 주무른 것도 '아이리스'나 '메모라이즈'가 한 때 수많은 팬들을 양산하며 자기만의 장르를 양산한 것도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도 바로 그런 보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등장하면서부터 소설사이트에서 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는데 그 또한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초반부를 보는 건 좀 곤욕에 가까웠지만.. 개연성은 사라졌고(도대체 사천당가의 능력은 왜 가지고 있는 건지?), 캐릭터 또한 그다지 개성적이지 못하다. 이후에 나온 '위대한 가문의 검술 천재가 되었다' 같은 경우 지루할 수도 있었던 내용이나 지나치게 반복되며 보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 수 있는 부분들을 '흑암'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희화하하며 중성화하는 노력을보여 그럭저럭 신경안쓰고 볼 수 있었다면 이 소설은 그런 장치가 없다. 주인공을 보조하는 캐릭터들은 물론 많다. 주인공이 빙의되기 전부터의 만행을 보았음에도 기이하게 호감이 높은 시녀 '아린', 정령수 '빽빽이', 에고소드인 '아그네스', 종처럼 부리는 리치인 '포메라' 등등. 분명 재미를 더해줄만한 캐릭터들은 많은데 그다지 인상깊은 역할도 하지 않고 재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이럴거면 왜 등장을 시켰을까? 주인공이 무공을 익히는 과정도 몇개의 선택 중 하나를 고르는건데 그다지 고민할만한 선택이 주어지지도 않았고(이럴거면 왜 선택지가 주어졌는지?) 이후 주인공의 행보도 독식이고 주변에서 뭐라도 더 퍼주지 못해 안달인 이런 상황을 보면 왜 이 소설을 보고 구무협과 '아이리스', '메모라이즈'를 떠올린다고 했는지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 그에 반해 보는 재미는 있다. 당연 작가의 데뷔작이기 때문에 작품은 부족한 게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이 작가의 재능을 표현해주지는 않는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에피소드들을 재밌게 연결시켜 이야기를 단숨에 써나가는 능력을 가려주진 못하기에... 보통 작가들 보면 2분류로 나눌 수 있다. 처음부터 치밀하게 소재를 정하고 설정을 짜나가며 짜임새있게 써나가는 작가들과 기본적인 형태를 정해놓고 단숨에 써나가는 사람들. 보통 소재와 설정을 꼼꼼하게 장치한 후 소설을 완성시켜나가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더 작품성있는 건 사실이고 기본적인 형태만 설정해놓고 단숨에 써나가는 작가들같은 경우 뒷심이 딸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후반부에 떡밥 회수의 아쉬움은 남을지언정 소설의 전개가 전해주는 불편함이 없다. 즉, 소설을 단숨에 써나가면서 세계관을 완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작가가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물론 그런 것들은 추측이지 정답은 아니다. 어쩌면 이 작가는 누구보다도 더 치밀하게 세계관을 설정해놓았지만 필력이 딸려 그런 치밀한 세계관을 다 표현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엉성한 세계관과 중후반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소설 어디에 집어넣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캐릭터성을 갖고 있기에 이 작가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는 추측을 확신에 가깝게 만들어주지만 그 또한 전부 추측이다. 그런 추측들이 확신에 가깝게 와닿는 건 이 소설의 전개에 빠진 '왜?'라는 의문점 때문이다. 주인공이 '왜' 그런 능력을 지녔고 '왜' 그런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왜 그런 설정을 넣었는지가 빠져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짜임새있는 소설을 추구하고 먼치킨 소설의 작위성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소설을 좋아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보는 재미는 있는 소설이다. 부족한 부분도 많고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글을 단숨에 진행시켜나가며 만들어내는 몰입도는 좋은 소설이다. 일단 빠져들면 시간가는지 모르고 보게 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캐릭터들에 부여하는 대충 짓는 이름이나 특별한 이유없이 작위적으로 강행하는 설정등은 작가가 고민해봐야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런 단점들은 이후 나오는 후속작인 '위대한 가문의 검술 천재가 되었다'에서도 전혀 고쳐지지 않은 부분이다. 다른 캐릭터를 이용해 가리고는 있지만 가리는 것과 고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부분이다. 거듭된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먼치킨 소설의 여러 단점들을 가지고는 있지만 단숨에 스토리를 풀어나가며 독자들을 몰입시키게 만들 수 있는 재미를 지닌 소설 '후작가 대공자는 무림인'이었다. https://bit.ly/3y5wa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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