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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리뷰] 영원한 너의 거짓말-전후치

설탕설탕 2021-05-29 04:44:50 동아, 전후치 작가의 <영원한 너의 거짓말> ​ 제 2차 세계대전 직후를 연상케 하는 전후 세계관의 아주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두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 기승전결이 뚜렷한데다가 잔잔한 감동과 긴 여운이 남는, 오랜만에 발견한 보석 같은 띵작. 2차 세계 대전 직후의 근대 세계관과 아주 유사한 시대상에, 전쟁의 상실과 아픔을 겪은 인물들의 감정, 정반대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구원할 수밖에 없는 서사가 깊은 몰입과 공감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 스토리 ★★★★★ 캐릭터 ★★★★★ 총평 ★★★★★ ​ 1. 스토리 #가상시대물 #근대판타지 #전후세계 #쌍방구원물 #성장물 ​ 마녀의 마법에 의존하던 중세가 저물고, 과학이 발달하며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거쳐 근대로 나아가는 가상 세계관. 왕정이 무너지고 입헌군주제가 성립되며 혼란스러운 과도기가 이어지는 중에 제국은 강대국과의 전쟁을 맞이하게 되고, 육군과 해군이 속절없이 격파당하는 와중에 그 동안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던 공군이 가까스로 제국을 지키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 주인공 '로젠 워커'는 고아 출신이다. 열 다섯에 제 나이의 두 배 가량 많은 남자에게 신부로 팔린 그녀는 난생 처음 살아본 따뜻한 집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 자신을 집안일하는 애완동물처럼 취급하는 남편의 학대를 견디고 순종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2년 후, 남편은 살해당하고 로젠은 용의자로 기소되어 두 번의 재판 끝에 40년 형을 선고받는다.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던 그녀는 탈옥에 성공하고 더 악명 높은 감옥에 수감되지만 그곳에서도 끝끝내 탈옥해 제국 최악의 탈옥수, 마녀로 불리게 된다. 또 다시 체포된 로젠은 이번에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마수가 우글거리는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섬으로 이송될 운명에 처하게 되는데. ​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와 파일럿이 막 등장하기 시작한 시대, 그러나 제대로 된 가이드도 훈련 방법도 없는데다가 비싼 유지비 때문에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던 제국 공군의 입지를 뒤집어놓은 유능한 사령관이자 제국을 지켜낸 전쟁영웅, 이안 커너가 몸소 로젠을 이송하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온다. 온 제국이 사랑하는 전쟁 영웅과, 온 제국이 미워하는 최악의 탈옥수의 만남엔 로젠의 목숨과 이안의 명예가 걸려있다. 로젠은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또 한 번의 탈출을 계획하는데. ​ 제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무결한 전쟁 영웅의 흠을 찾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그를 관찰하던 로젠은 이내, 모두가 전쟁 내내 의지했던 이안 커너는 그럼 대체 무엇을 보고 그 험난한 전쟁을 견디며 격투기에 올랐는지 문득 의아해하기 시작한다. 반면, 로젠을 냉담하게 감시하던 이안은 재판에서 아무도 로젠의 사연을 들어주지 않은 채 형량이 선고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로젠의 남편에게 첫 번째 아내가 있었으며, 남편이 살해당한 날 첫 번째 부인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사실과 로젠의 몸에서 오래된 학대의 흔적과 상흔을 찾아내는데. ​ 로젠 워커는 거짓말쟁이일까, 무죄일까? 그녀는 마녀일까, 사람일까? ​ 2. 캐릭터 -여주인공 : 로젠 워커 #탈옥수인 #당당한 #도전적인 #상처많은 ​ 밀가루 값이 금값보다 치솟고, 날마다 공습경보 소리를 들으며 지하실로 숨어들어가야 하는 전쟁은 모두를 힘들게 하지만,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 가혹했다. 로젠은 힘없고 가난한 고아이며 여자이기에 더 힘겨운 삶을 보냈다. 고아로 태어나 사랑과 유대감을 모른 채 자랐고, 열 다섯에 팔려 결혼한 후에는 나이도 몸도 두 배는 족히 더 큰 남편에게 성적 학대와 폭력을 견디며 결혼 생활을 한다. 심지어는 자신이 두 번째 부인인지도 모른 채로, 어느 날 여행에서 돌아온 첫째 부인에게 날벼락처럼 뺨을 맞기까지 한다. ​ 그럼에도 언제나 되바라지고 도전적이며, 당하면 몇 배로 갚아줘야만 하는 당찬 성격의 소유자. 아무것도 모른 채로 막 결혼했을 땐 남편의 눈치를 보며 살이 찔까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삼시 세끼 꼬박꼬박 정성껏 해다 바치며 버려지지 않기만을 빌지만, 전쟁이 발발하고 남편의 학대가 더 심해지자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언제나 세상은 공평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난 여자에겐 마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아내를 때려죽인 동네의 노인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지만 남편을 죽였다는 혐의를 쓴 자신은 변호사도 없이 40년 형량을 선고받는 현실을 보면서, 결코 세상에 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맨 몸으로 절벽을 타고, 몇 년간 숟가락 하나로 굴을 파 가며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하는 인물. ​ -남주인공 : 이안 커너 #무뚝뚝한 #올곧은 #인내심깊은 #군인인 #상처많은 ​ 부유한 집안 출신에, 우수한 성적과 단정한 행동거지로 일찌감치 수석으로 사관을 졸업한 남주인공. 전쟁이 발발하기 전만 해도 제대로 지원도 못 받고 메뉴얼이나 가이드도 없는 "찌꺼기"들만이 가는 공과를 선택해 사관학교의 장교들을 뒤집어지게 한 장본인. 그러나 비행기에 대한 애정과, 언젠가는 비행기가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공군이 되었다. 강대국과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쓸만한 인재는 모두 적국으로 빠져나가고 모두가 패배를 예감하며 몸을 피하는 바람에 갓 사관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의 나이에 사령관을 떠맡는다. ​ 해군과 육군이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가운데 힘들게 거둔 공군의 승리로 국방부의 선전 모델이자 얼굴 마담이 되어 온 제국이 전쟁 내내 그 하나만을 바라보며 버텨왔다. 온갖 무모한 작전을 지휘하며 수많은 편대를 잃고 그 자신도 수차례 위기를 넘기며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결국 영웅이 되어 귀환하지만 전쟁을 겪고 멀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법. 격투기에서 내려선 순간의 그는 지키기로 결심했던 고향도, 어린 날 품었던 조국에 대한 충성도, 그가 이끌었던 수많은 편대원들도 잃어버리고 공허와 허무에 시달린다. 그러나 상처뿐인 승리의 상징으로서 온 제국민들이 그를 보며 위안받기에, 영웅인 그는 결코 무너질 수 없다. 모든 상처와 아픔을 안으로 꾹꾹 눌러담을 줄만 알고 밖으로 표현할 줄 모르는 인물. ​ 3. 총평 ​ 대중에게는 영웅이 필요한 만큼, 마녀가 필요한 법이다. 떠받들고 기댈 수 있는 사람과, 돌을 던지고 악의를 받아줄 사람도 있어야 한다. 작품의 두 인물은 그러한 상반된 입장에 처해 있다. 로젠은 여자이고 사회적 약자이기에 같은 죄를 저질렀어도, 또 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언제나 희생당해왔고 수없이 짓밟혀왔다. 이안은 언제나 영웅으로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왔다. 선과 악이 명징한 전쟁에서, 적군은 죽이고 아군은 살리며,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며 전쟁을 치러왔다. 그러나 사실 그는 기본적으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할 정도로 속정 깊은, 떠나보낸 편대원들의 이름과 유품을 대신 갈무리하는 사람이다. 대중이 원하는 진정한 영웅도, 진정한 마녀도 아닌, 그저 똑같은 사람일 뿐인 두 인물의 감정과 서사는 작품 내내 깊은 몰입과 감동을 자아낸다. ​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고 느낄 정도로 아주 입체적으로 묘사했으며 마녀와 마법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근대 시대상과 유사한 세계관이 짜임새 있어서 흠뻑 몰입해서 볼 수 있다. 편수도 외전을 모두 합쳐서 100편 남짓하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계속해서 곰씹으며 결말과 외전을 되짚어보게 하는, 긴 여운이 남는 띵작. 꼭 보기를 추천한다. ​ 본 리뷰는 소정의 이용권을 지급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작품링크 : https://bit.ly/3vYORmB 원 게시글 : https://blog.naver.com/luteola_94/2223729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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