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메뉴 건너뛰고 본문으로 가기

리뷰 게시판

[서평단 리뷰]내게 복종하세요-견우

설탕설탕 2021-03-31 21:01:54 에이블 출판, 견우 작가의 <내게 복종하세요> ​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남주인공인 독특한 설정의 피폐 로맨스 판타지. 깔끔한 문체에 고급스러운 어휘력, 군더더기 없는 기승전결과 참신하고도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이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 다만 피폐물인데다가 인간 외적인 존재가 남주인공이기 때문에 가볍지 않고 무거운 분위기이므로, 진지하고 몰입감 깊은 감정묘사를 선호하고 '애증', '피폐물' 키워드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본편에서는 로맨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달달한 외전까지 보고 나면 마음이 아주 훈훈해지는,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작품. ​ 스토리 ★★★★​ 캐릭터 ★★★★★​ 총평 ★★★★ ​ 1. 스토리 #피폐물 #성장물 #구원물 #초월자 #애증관계 #도망추격물 ​ 시조가 두 전설적인 초월자들과 종말을 몰아내고 나라를 세웠다는 영웅적인 건국 설화가 사람들에게 뿌리깊은 역사로 존재하는 왕국, 시조와 함께 나라를 건국한 공헌을 인정받은 7대 가문의 적녀이자 왕세자의 약혼녀인 '키리에 뷰캐넌'은 난데없이 파혼 선언을 받는다. 약혼녀가 있음에도 버젓히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우던 왕세자의 일방적인 통보지만, 권력욕과 야심이 대단하고 자식을 혈연관계가 아닌 정치 도구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뷰캐넌 백작은 파혼당한 키리에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고향으로 내려가 자숙할 것을 명한다. ​ 야심에 눈이 먼 아버지, 천재 학자이자 연구에 몰입하느라 자식에겐 관심도 없는 어머니의 이혼 후, 오직 정치적인 도구로만 취급받으며 자라온 키리에는 고향으로 떠나며 처음으로 자유로운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여행 중 갑작스러운 폭설로 머무르게 된 작은 마을에서 그녀는 한 남자와 마주친다. 남자는 자신을 '종말'이라고 소개하며 시조의 마법으로 잠들었던 자신을 키리에가 깨웠다고 말하는데. ​ '종말'이라는 단어는 오래 전, 대마법사가 불로불사의 두 초월자와 함께 땅 위의 종말을 몰아내고 왕국을 세웠으며, 건국을 도운 두 초월자에게 전설경과 호국경의 지위를 내렸다고 전해오는 건국 설화에서나 들어본 키리에는 영문 모를 소리를 해대는 남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의 가문은 시조와 함께 나라를 세우는데 공헌한 7대 가문이고, 뷰캐넌 가문의 시조는 마법사이지만 더 이상 그녀의 가문에서는 마법사가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평범한 인간인 그녀에겐 당연히 대마법사였던 건국왕의 봉인을 풀 힘이 없건만, 아름답고 우아하며 어딘가 초연해보이기까지 하는 그 남자는 키리에가 자신의 봉인을 풀었다며, 자신을 수도에 데려갈 것을 종용한다. ​ 키리에는 곧 인간미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외양에 우아하고 귀족적인 태도, 손짓 한번으로 세상을 얼려버리는 그 매력적이고 오만한 남자가 건국 설화에 등장하는 '전설경'임을 깨닫는다. 또 전설경은 나라를 세운 후 건국왕에게 배신당해 잠들었다는 비화를 듣고 마는데. 자신을 배신하고 봉인한 시조의 핏줄과 그의 왕국에 복수를 꿈꾸는 불로불사의 초월자를 깨워버린 키리에는 과연 종말을 막을 수 있을까? ​ 2. 캐릭터 -여주인공 : 키리에 뷰캐넌 #선한 #올곧은 #강인한 #애정결핍 #정의로운 ​ 항상 귀족다워야 한다는 강박적이고 엄격한 가르침과, 부모와의 정상적인 애정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유년 시절 때문에 항상 모든 일에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성과를 이루어내야만 한다는 압박을 가진 인물. 노력하고 무언가를 해내야만 뒤돌아봐주는 시늉이라도 해주었던 부모님 밑에서 자란 그녀는 이상적인 혈연 관계의 기반이 되어야 할 무조건적인 애정을 이해하지 못하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 준거로 인간관계를 판단한다. 덕분에 언제나 침착하고 차분하며 영리하고 판단도 빠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존을 위해서 으레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자기애와 이기심이 턱없이 부족한 캐릭터. ​ 누군가가 자신에게 애정을 주길 기다렸던 만큼, 언젠가 베푸는 만큼 돌아오기를 기대하며 선량하고 올곧은 마음으로 남들을 위하는, 너무나도 이타적인 사람이 되었지만 그 배경이 가슴 아프기 그지없다. 사실은 장난기도 호기심도 많고, 고집도 아주 세지만 그 모든 천진난만한 성격을 귀족적인 책임과 의무로 눌러온 인물. 자신이 모종의 이유로 종말을 깨웠으며 그의 흥미를 끌었다는 것, 또 개미를 밟아 죽이듯 손쉽게 인류를 멸망시켜버릴 수도 있는 종말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나 그 노력은 독이 되어 끝없이 그녀를 갉아먹고, 선량하고 올곧으며 포기를 모르고, 악에 굴복하지 않는 이타적인 키리에 뷰캐넌은 그녀를 둘러싼 가혹한 압박에 서서히 무너지고 부서지고야 마는데. ​ -남주인공 : 나타니엘 #인외의 #아름다운 #고독한 #후회남 #초월자 #오만한 ​ 자신을 '종말'이라고 지칭하는 불로불사의 초월자. 인간이 어떤 경지를 넘어서 초월자가 된 것이 아닌, 세상의 모든 악을 모아 탄생한 종말이다. 마법과 힘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압도적인 힘에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껴 그저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죽을 수 있을 정도. 그에 비해 한없이 연약한 인간들을 지렁이, 새, 작은 동물 수준으로 인식하고 세기마다 그를 깨워 그에게 부, 명예, 권력 등을 요청하는 인간의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었다.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인간들에게 자비롭고 귀애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이 작고 연약한 동물을 귀여워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동등한 관계에서 쌍방이 주고 받는 '사랑' 같은 감정이 아니라. ​ 또한 그가 쉽게 마음을 주고 도움을 주고, 아껴주었던 인간들에게 최후에는 항상 버림당하거나, 팔리거나, 봉인당하거나, 저주당하며 인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인간의 호의와 호감 따위는 금방 변하는 것이며, 마음에 드는 인간에게 자신에 대한 호감보다는 증오를 일으키는 게 낫다고 굳게 믿는다. 영원을 살지도 못하면서 같잖은 영원을 입에 올리는 인간들은 언제나 변심하기에, 차라리 그를 너무 증오해 미쳐버리더라도 증오만이 그가 아끼는 인간을 소유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방식밖에 모르기에, 그를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동등한 존재로 대하는 키리에에게도 그를 증오하도록 온갖 일을 꾸며 그녀의 정신을 무너뜨리려고 들지만,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죽어도 굴복하지 않고, 아무리 절망해도 끝내는 일어나고야 말며, 온몸이 부서지더라도 이타를 행하는 '키리에 뷰캐넌'이라는 인간은 그 무수한 세월동안 그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독특한, 최초의 인간임을 깨닫고 마는데. ​ 그리고 새, 지렁이, 고양이 따위로 가득 찬 동물원 같은 세상에서 처음으로 같은 '인간'을 바라보았다고 느낀 순간, 키리에는 그로 인해 이미 무너질대로 무너지고야 마는데. ​ 3. 총평 ​ 인간을 초월한 존재와 인간의 사랑을 아주 납득 가능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다운 사고를 하지 못하고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며, 언제나 인간에게 배신당해왔던 남주인공과 안타까운 성장 배경으로 이기심을 모르고 이타적인 인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여주인공의 감정묘사가 설득력 있다. 캐릭터가 아주 입체적이며 짜임새 있는 전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별 하나를 깎은 것은 지극히 주관적으로 중반부 여주인공의 고통이 너무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고, 피폐물을 좋아하는 사람,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로판을 찾는 분들께는 정말 보석처럼 빛날 작품. 특히 남주인공이 천사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세상의 모든 악독이라는 설정은 정말 참신하고 매력적이다. 추천! ​ 본 리뷰는 소정의 이용권을 지급받아 읽은 뒤 작성하였습니다. ​ 작품 링크 : https://bit.ly/3phcLqi 원 게사글 : https://blog.naver.com/luteola_94/222294190756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