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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단편집.10

어중간한 인간 2026-03-21 11:06:37 단편집.10 "후후, 여기까지 따라오실 줄이야..." 낡아버린 건물 안, 핏빛 비린내가 코를 강하게 찔렀다. 내 앞까지 쫓아온 저 형사도 참 끈질기다. 나는 창가에 걸터앉아 깨진 유리 파편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손에 들린 차갑고 날카로운 파편을 형사에게 툭 던지며 미소를 지었다. "혼자 오셨군요? 겁도 없이." 노란 포니테일 머리를 한 형사는 내 도발에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멍청한 형사님이군요.' 세상에 초능력이 발현되면서 나 같은 특수 범죄자들이 생겨났고, 그들을 잡기 위해 'C'라는 특수 범죄 대책 팀이 조직되었다. 내 앞에 있는 저 형사도 분명 C 소속일 텐데, 저렇게 멍청한 여자가 형사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노릇이다. "그런 싸구려 총이 통할까요?" "아직 능력 사용 허가가 안 떨어져서 말이야..." 의외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크하하하! 죄송합니다. 너무 웃긴 이야기를 하셔서." "뭐?" "허가서라니요.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이 순간에 말입니까?" 이 형사는 두려움이라는 게 없는 건지, 아니면 그저 멍청한 건지. 특수 범죄 등급 S인 나를 눈앞에 두고 여유를 부리다니 우스울 따름이다. 어떻게 저런 멍청한 형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 "작은 키만큼이나 지능도 떨어지는 모양이군요?" "뭐야?!" 드디어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서리며 쩍 금이 가는 표정. 역시 기분이 째진다. 지금까지 내가 죽여온 형사들과 사람들의 표정도 다 저랬을 텐데ㅡ. '그거 너무...' "즐겁지 않습니까?"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형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가 겨누고 있는 권총의 총구를 끌어당겨 내 머리에 가져다 댔다.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저 표정, 너무나도 재미있다. "자! 형사님? 범죄자가 직접 대주었는데 안 쏘실 건가요? 30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을요?!" 방아쇠에 걸쳐진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 형사님의 이마에 맺히는 식은땀, 경련하는 얼굴 근육. 너무나도 완벽한 예술이다. 과연 쏠까? 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쏴주지 않으려나? 묘한 기대감이 일었다. 누를까 말까 흔들리는 방아쇠 위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형사님~ 총은 그렇게 쏘는 게 아니랍니다." "뭐라... 잠깐!!" 나는 빈손으로 형사님의 손을 겹쳐 감싸 쥐고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탕!! 총알이 내 머리를 관통했다. '아아... 저 표정. 절망에 싸여 일그러진 저 표정... 너무 두근거리잖아~.' 권총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나는 씩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형사님의 눈빛은 '어떻게 살아 있냐'고 묻는 듯했다. 그러니 친절하게 답해 주는 게 맞겠지.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이동시켰답니다." "이동...? 네 능력은 순간이동일 텐데...?!" 나는 너무나도 순진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올라간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능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내 나름대로 3등급으로 나눈다. 1급은 평면적으로 능력을 쓰는 쓰레기. 2급은 평면을 부수고 나온 일반인. 3급은 1차원적이 아닌, 다차원적으로 능력을 다루는 인물. 그리고 나는 3급이다. 내 '순간이동'은 나뿐만 아니라, 나를 제외한 다른 사물이나 생명체마저 이동시킬 수 있다. "그거야, 전 다차원적이니까요." "다차원... 적...." 털썩. 힘없이 쓰러지는 형사님을 한 손으로 가볍게 받아내며, 나는 끓어오르는 환희의 웃음을 억지로 삼켰다. "이걸로 31명째." 이거 꿈 내용임... 진짜루
  • 아슬라 2026-03-21 12:03:51 30명이나 죽인 연쇄살인범이면 SWAT같은 팀으로 몰래 잠입해서 즉시 죽여야지 너무 안일했네요 형사가...ㅋㅋ 1
  • 어중간한 인간 2026-03-21 12:13:38 그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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