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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나는 아직 필요한가?

anneth 2026-03-20 09:58:50 37화. 나는 아직 필요한가? * * * “콜리피오 사장과 체결한 약정서의 그 농축액이라는 거 말이야….” “네? 농축액이요?” 이브 루손은 지금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제임스 핀처가 아니라 구스테반 회장이 눈앞에 있는 것도 그랬고, 구스테반 회장이 꺼낸 첫 얘기가 농축액이라는 것도 이해되질 않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브 루손은 머리를 굴려 파악해야만 했는데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래. 네가 만들어 콜리피오에게 주고 어떻게 만드는지 비법까지도 알려준 그 농축액. 파산할 지경에 내몰린 콜리피오에게 네가 시킨 대로 조이스 핀처를 죽이지 않으면 제조법도 안 주고 계약도 안 해줄 거라고 협박했던 그거. 하지만 만약 시키는 대로만 하면 콜리피오가 돈방석에 앉을 수 있도록 제조법이건 뭐건 원하는 대로 계약해 주겠다고 회유했던 그거.” 구스테반 회장의 목소리는 이브 루손의 재판을 순식간에 끝내고 곧바로 처형식 준비를 알리는 선언처럼 들려왔다. “네∼.”라고 기어들어 가는 힘없는 대답을 하며 이브 루손의 정신은 추락하듯 아득해져만 갔다. “내가 콜리피오 밑에서 일하는 켈로스 수의사를 잡아다가 알아보니까 그게 엄청난 거라고 하던데, 맞아?” 구스테반 회장이 이브 루손의 얼굴을 노려보며 물었다. “네, 맞습니다. 저에게 제조법 서류가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그 농축액이 필요하시면 제가 제조법이든 뭐든 원하시는 건 다 드리겠습니다.”라고 무서움에 질린 표정의 이브 루손이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면서 겨우 대답을 했다. “투계 도박판을 뒤집어엎을 영양제라고 켈로스 수의사가 말하던데….” “네, 그럴 수 있는 겁니다.” “그럴 수 있다∼? 사실인가 보네?” “네, 사실입니다. 직접 보시면 바로 확인할 수 있으실 겁니다.” “보나 마나 맞겠지. 그랬으니까 콜리피오 사장이 너의 얕은 함정에 빠졌겠지. 자타공인 투계 전문 도박사가 그런 것도 확인 안 했겠어?” “네,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너보다 훨씬 더 예쁜 여자 연예인들을 수백 명도 넘게 휴지처럼 한번 쓰다 버리고 말았던 콜리피오 사장에 대해선 내가 잘 알지. 이번처럼 자기 인생과 목숨이 휴지처럼 되도록 처참한 실수를 할 정도로 강력한 효과가 있는 투계 영양제겠지. 넌 그걸 가지고 투계처럼 달려들어 콜리피오의 급소를 찌른 거고.” “잘못했습니다, 회장님.” “잘못?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 않네?” 이브 루손은 구스테반 회장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느꼈다. 기운을 주는 좋은 에너지가 아니라 그 반대였다. 모든 기운을 전부 빼앗아버리는 무서운 에너지처럼 느껴졌다. 이브 루손은 이미 기력이 다 빠져서 더 빼앗길 게 남아있질 않았다. “회장님, 다 인정합니다. 저를 죽여주세요. 지금….” “궁금한가 보네? 내가 너를 언제 죽일지? 인간들의 생각은 참 편리해. 앞이 더는 안 보이면 그게 자기 삶의 끝이라고 절망하고 말지. 그리고 신(神)에게 기도하고 죽음을 받아들이지. 남의 손에 죽든, 자기 손으로 자살을 하든. 참 편리해.” “그런데 그건 말이야, 아무 인간들에게나 전부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야. 죽는 건 말이야 신의 영역이야. 그렇다고 신이 인간 세상에 불쑥 튀어나오는 건 아니지. 그건 저급하고 우스꽝스러운 상상이야. 신은 인간보다 영리해. 자기 손으로 절대 자기가 만든 피조물을 죽이지 않아. 인간이 대신 그 짓을 하도록 만들어 놓았지.” “그래서 우리 인간은 다른 인간을 잡아먹는 거야. 너나 나처럼. 꼭 인육을 즐기진 않더라도 말이야.” “암튼,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죽일 놈들 다 죽이는 게 신이야. 야비하기까지 해보여. 그런데 어쩌겠어∼. 인간은 그저 인간이라, 신이 정해놓은 걸 뭐든 하나라도 바꿀 수 없으니. 참 답답한 거지.” “자기 마음대로 자기를 기준으로 삼아 편리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 모든 게임의 설계자인 신의 마음으로 신을 기준으로 인간을 초월해서 생각해야 해.” “그렇게 제대로 생각할 줄 모르는 너 같은 것들이 이런 상황을 맞이한 지금쯤 공통적으로 묻는 게 하나 있지. 바로 언제 죽냐는 질문이야.” “내가 답을 해줄게. 더는 필요 없을 때. 바로 그때가 너의 죽음이 너의 생명을 1초의 지체도 없이 거둬갈 때야. 인간에게 예외 없이 평등한 건 그것뿐이야.” “그러니까 질문을 바꿔, 이브 루손. 나는 아직 필요한가? 라고. 그게 정확한 질문이야. 그 질문에만 우리 인간은 서로에게 답을 해줄 수 있어. 그 답이 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우리 인간 수준의 답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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