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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하이퐁 교도소

anneth 2026-03-18 10:01:38 24화. 하이퐁 교도소 * * * 후에푹은 얼굴 절반이 함몰된 상태에서 감옥 생활을 이어갔다. 검찰과 재판부 모두 후에푹이 경찰의 폭력 체포 과정을 참작해 형량을 낮춰 구형과 선고를 했었는데, 이런 기조가 감옥 안에서도 계속 영향을 미쳤다. [하이퐁 교도소]의 교도소장을 비롯해 교도관들 모두 후에푹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뭐든 봐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후에푹은 공동 작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교도소 내의 모든 강제 노역에서 빠질 수 있었고, 수감 공간도 별도로 마련된 넓고 안락한 분위기의 독실(獨室)에서 비교적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후에푹이 감옥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했었다. 바로 경찰 [썬너이]에 대한 복수였다. 이곳 교도소에 이미 들어와 수감 중이던 남롱을 비롯한 툭산 조직 출신의 부하들을 규합해 썬너이에 대한 복수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교도소 밖에 있던 썬너이를 후에푹이 수감 중인 이곳 교도소로 들어오도록 죄를 뒤집어씌우는 데까지 성공했었다. * * * 감옥 안의 후미진 한 장소에서 후에푹은 남롱에게 수술용 메스를 쥐여주면서 썬너이의 거세를 지시했었다. 그런데 후에푹은 이 무렵 계속해서 마음이 불안정하고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이유도 없이 그런 불편함이 계속 이어졌다. 자기 안에서 발생하는 이유 모를 답답함이었다. 후에푹 앞에서 썬너이의 거세를 하기 직전이었다. 드디어 복수에 성공했다는 통쾌함을 느껴야 정상이었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후에푹의 마음속에 가득한 것은 한없는 답답함이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대는 [삑삑-]거리는 소리에 귀가 아팠다. 혼자만 들리는 상상 속의 환청이었는데 호루라기 소리였다. 멈추라는 축구 경기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처럼 들려왔다. 이런 불안정하고 복잡한 느낌들 때문에 후에푹의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잡동사니가 한가득 후에푹의 목구멍을 틀어막고 있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후에푹은 썬너이의 거세 직전 남롱에게 멈추라고 말했고, 상황은 그 상태에서 그냥 끝나버리고 말았었다. 이날 식사도 하지 못하고 감방으로 돌아온 후에푹은 밤새 기도를 했었다. 후에푹은 종교가 없었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도]라는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이날 기도라는 행위 자체를 처음 해본 거였다. 기도를 하면서 후에푹은 고열에 시달리며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고,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체온이 뚝 떨어지는 느낌에 오한이 몰려와 부들부들 떨면서 정신을 거의 잃기도 했다. 그렇게 밤을 새우고 새벽이 올 때까지 누군가에게 기도를 했다. 후에푹은 그게 신(神)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보았고, 그 누군가와 밤새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상태의 기도였다. 후에푹은 기도하며 대화를 나눈 내용을 메모지에 적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틀을 감방에서 나오지 않고 메모지를 메워나갔다. 감옥 내에서 후에푹을 돕던 툭산 조직원 출신의 남롱과 부하들이 이 모습을 모두 보았다. 남롱은 교도관들에게 허락을 받아 교도소 식당에서 식사를 가져다가 후에푹이 혼자 지내는 독실 감방에 넣어주었으나 전혀 먹질 않았다. 하루가 지나가고 이틀이 넘어가면서, 이렇게 하다간 심각한 탈수 증세로 쇼크가 올 수 있다고 남롱이 판단했고 후에푹의 필기 작업을 강제로 멈추게 했다. 그리고 교도소 내의 진료실로 옮겨 영양제 수액을 맞히도록 교도관들에게 부탁했다. 이것을 보고받은 교도소장은 후에푹이 감옥 내에서 어떤 이유로든 잘못될 경우, 관리책임을 지고 자신이 문책당할 걱정을 크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군의관 출신 의사 남롱의 치료 요청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남롱의 응급 치료 후에 후에푹은 다행히 진정세를 보이면서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후에푹은 뭔가 달라져 있었다. 남롱이 보기에도, 10년 이상을 알고 지낸 평소의 후에푹과는 분명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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