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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땅

anneth 2026-03-17 10:03:05 24화. 땅 * * * 차만석은 업자들을 더 이상 만나지 않고, 매일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저녁때까지 걸어 다니면서 길을 보고, 위치를 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았다. 직접 그의 눈과 몸으로 땅을 느끼면서 땅을 새롭게 이해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차만석은 몇 달을 이렇게 매일 걸어 다니면서 이 지역의 땅들이 서로 어떤 위치에서 서로들 붙어있고 떨어져 있는지를 익힐 수 있었다. 평생을 살았던 지역이었지만 이곳저곳으로 불리는 지명(地名)에 따라 각각 분리된 개념으로서만 이해하던 땅들이었다. 이 동네와 저 동네가 어떤 땅들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는 처음으로 알게 됐다. 직접 걸어 다니면서 그걸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걸어 다닌 것은 아니었고, 딸이 준 경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버스나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려고 했던 거였는데 그게 땅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 되었다. 어떤 땅에는 이미 커다랗게 마을이 형성돼 들어있었고, 이미 큰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학교가 있는 땅, 주택들이 있는 땅, 상가가 있는 땅, 교회가 있는 땅, 관공서가 있는 땅, 논농사를 짓는 땅, 밭농사를 짓는 땅, 공장이 있는 땅, 빌딩이 들어서 있는 땅 그리고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땅 등이 있었다. 사람 얼굴이 저마다 다르듯이 땅 위의 모습도 달랐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땅이 지금 저런 모습으로 어우러져 있는 것은 세상만사(世上萬事)의 수많은 이해관계가 모인 결과였다. 모든 땅에는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의 독특한 기운이 각각 들어있었다. * * * 차만석은 서울에서 의정부로 이어지는 가장 큰 도로의 양쪽 옆으로 붙은 땅들을 중심으로 매입을 시작했다. 지금 이미 입지가 아주 좋아서 값이 비싸게 나온 매물보다는 땅값이 아직은 싼 땅을 위주로 사들였다. 그렇게 하면서, 작은 땅보다는 큰 땅을 골라서 샀다. 그리고 분산된 땅은 가능하면 사지 않고 최대한 붙여서 덩어리 땅을 한꺼번에 사는 방식으로 매입을 확대해 나갔다. 이런 3가지 방침에 따라서만 땅을 고르고 매입을 했다. 차만석은 그 외에 다른 사람들한테서 들은 여러 얘기는 머릿속에서 모두 없애버렸다. 머릿속이 깨끗해지자 이와 같은 3가지 방침으로 정리가 자연스럽게 되었다. 특히 확인할 수 없는 정보에는 차만석 스스로가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딸의 소중한 돈을 1원 한 푼이라도 땅 주인과 업자들에게 건넬 수가 없었다. 직접 사방을 걷고 눈과 몸으로 땅을 보고 느끼면서 어느 순간 사고 싶어지는 땅을 하나둘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땅들이 늘어나자 차만석의 머릿속에 3가지 방침이 대들보처럼 확고하게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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