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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사랑 응옥

금석강 2026-03-09 08:56:14 * * * 태풍이 다낭 지방을 지나가는 건지, 며칠을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냥 비가 아니라 강풍에 쓸려 하늘 천장이 뚫린 듯 마구 쏟아지는 거센 폭풍우였다. 작은 동굴 속에 숨어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렸던 응옥이 비 내리는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먹을 것을 구하려고 움직였다. 이 산속에서 오랫동안 지냈기 때문에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아주 익숙했다. 먹을 만한 야생 과일과 버섯, 꿀 같은 것들을 이제는 금방금방 찾아내고 능숙하게 동굴로 가져왔다. 이제 응옥은 이 산속에서 굶어 죽지 않을 정도는 됐다. 이번에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큰 나무들이 꺾여나가고 산비탈 일부가 허물어져 내리기도 했다. 응옥이 눈감고도 다니던 곳이었는데 폭풍우 때문에 여러 곳이 변해있었다. 먹을 것을 구해 천천히 되돌아오는 길에 폭풍우에 무너진 산비탈의 안쪽으로 뭔가 이상한 게 보였다. 응옥은 먼저 산 위쪽으로 올라간 다음 능선을 조금 돌아 다시 내려오면서 그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큰 나무로 빽빽하게 들어찬 곳이었는데, 그 나무 중 일부가 거센 폭풍우에 부러지고 날아가면서 안쪽이 약간 노출되었고 응옥의 눈에 보인 거였다. 응옥이 발견한 것은 [미군(美軍) 보급창고]였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철수하면서 그대로 남겨진 산속의 보급창고였다. 원래 있던 좁은 진입로는 나무와 풀 등이 자라면서 미군 철수 직후 금방 가려져 길 자체가 없어졌다. 그리고 주변에 이 보급창고를 아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건 이 보급창고가 미군이 운영하는 일반적인 보급창고와는 다른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걸 의미했다. 원래 미군은 주둔 부대들을 방사형으로 잇는 중심 위치이면서 기존 교통 인프라도 잘 정비돼있는 곳에 커다랗게 보급창고를 지어 운영했다. 신속한 물자보급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미군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곳 산속은 그런 정규 보급창고가 세워질 수 없는 위치였다. 뭔가 다른 목적으로 비밀리에, 혹은 임시로 만들어 놓은 보급창고로 보였다. 그게 무슨 목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미군의 일반적인 군수 지원용 보급창고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 보급창고는 전쟁이 끝나고도 베트남 인민군에 의해 접수되지 않았다. 그냥 지금까지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산속에 방치된 채로 남겨졌다. 공중 정찰에서 발각되지 않기 위한 위장막으로 보급창고의 지붕이 완전히 가려져 있었는데, 그 위장막이 대단히 견고하고 내구성 좋은 두꺼운 군용 천막이었다. 미군이 철수한 다음부터 이어졌을 어제까지와 같은 수많은 폭풍우를 견디고도 찢겨나간 곳 하나 없이 잘 버티고 있었다. 그동안 작은 동굴 같은 곳에서 지냈었는데, 응옥은 이날 곧바로 거처를 이 보급창고로 옮겼다. 이때부터 응옥은 산속의 버려진 미군 보급창고에서 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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