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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소음

방사능 2026-02-13 00:15:25 사람들은 말한다. 백색소음은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저 조용해지고 싶었을 뿐이다. 새벽 세 시. 잠이 오지 않던 밤이었다. 이어폰을 꽂고, 익숙한 소음을 재생했다. 치지직— 치—직— 규칙 없는 잡음. 의미 없는 파동. 적어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들려?” 순간, 숨이 멎었다. 나는 재생창을 확인했다. 분명 백색소음 파일이었다. 다시. 치지직— 치지— “…도와줘…” 이번엔 분명했다. 낮고, 갈라진 목소리.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숨. 나는 이어폰을 빼고 방 안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착각이다. 피곤해서 그런 거다. 그렇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다음 날. [속보 – ○○구 20대 여성 실종] 뉴스 화면 아래에 적힌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의자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어젯밤, 그 목소리가 반복해서 말하던 이름. 똑같았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다고, 억지로 납득했다. 그래서 그날 밤, 다시 이어폰을 꽂았다. 확인해야 했다. 치지직— 치지직— 이번에는 조금 더 선명했다. “…여기야… 지하…” 숨이 섞여 있었다. 주변의 소리까지 섞여 들렸다. 금속이 긁히는 소리. 물이 떨어지는 소리. 나는 떨리는 손으로 녹음을 시작했다. 그 순간. “민준.”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내 이름이었다. 분명, 내 이름이었다. 나는 이어폰을 빼려 했다. 하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소음이 점점 커졌다. 마치 누군가 볼륨을 올리는 것처럼. 치지지지직— 여러 개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살려줘…” “…어두워…” “…시간이 없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은 너야.” 이어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방 안은 고요했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컴퓨터 화면이 켜져 있었다. 재생 시간 03:00:00. 그리고 파일 제목이 바뀌어 있었다. [WhiteNoise_Recorded_001] 나는 저장한 적이 없다. 마우스를 움직여 파일을 열었다. 파형이 보였다. 정확히, 누군가 말한 부분만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그 아래, 자동 생성된 텍스트. — 다음 대상 : 김민준 — 모니터에 비친 내 얼굴이 창백하게 떨렸다. 나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기록은 이미 존재하는 걸까. 치지직— 스피커에서 다시 소리가 흘러나왔다. 재생 버튼을 누른 적은 없다. “…듣고 있지?” 그건 분명. 내 목소리였다. 《백색소음》 사라지기 직전, 그들의 마지막이 들린다. 그리고 다음 차례가 기록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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