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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르와 강림도령단 2화 마왕

스텔라70 2025-12-18 14:12:41 [마왕] 아들은 그 소리를 혼자 들었나보다. 아버지의 품을 파고 들면서도 호기심이 생긴 듯, 아버지 어깨 너머로 뒤를 바라본다. "아버지 저 소리가 안 들리세요?" 베르크는 마왕이 벌써 따라붙었나 싶어서 놀랍고 두려웠다. "진정해라, 진정하고 있어라. 루카스야, 바람이 불어서 오래된 버드나무의 마른 잎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니까." 아버지도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용사였다. 그의 부족은 로마제국도 기마술 하나는 인정하고 무서워한다. 게다가 그는 훌륭한 족장이다. 백발백중 활쏘기의 달인이다. "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 악당 놈아. 내 아들을 노리는 놈은 제 아무리 유령일 지라도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발판같은 등자를 세게 밢으면서, 허리에 회전모터라도 달린 것처럼 안장 위에서 몸을 돌린다. 감각적으로 어두운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쏘아버린다. 강력한 강철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으니 악당은 곧장 고꾸라질 것이다. 로마군단에 맞서기 위해 만들었고 정성을 들여서 명중율과 사거리를 높인 최종병기 강철 화살이다. 그런데, 그런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들 루카스는 강변의 수양버들이 바람에 어지러이 흩날리는 모습만으로도 마냥 무서움에 떨었다. 달빛에 히끗히꿋 번뜩이는, 머리카락 같은 버들가지는 소름 끼치도록 귀신의 풀어 헤친 머리를 닮았다. 순간, 버들가지 사이로 '7개의 거대한 뿔 그림자'가 바람처럼 흩날리는 망토에 쌓여 나타난다. 망토 밖으로 창백하고 굵은 손가락이 루카스를 향해, 아들을 향해 점점 더 커다랗게 다가온다. 날다람쥐처럼 생긴 하얀 무언가가 빨간 눈이 달린 시체와 같이 스산한 기운을 뿜어내면서, 아버지의 화살을 피해서 나무 위에 걸려있기도 하고, 땅바닥에 펼쳐지기도 하고 때론 뭉쳐서 하얀 피구공 같은 모습으로 재주를 부리면서 끈질기게 아버지의 허리 쪽으로 다가온다. 빨간 눈은 날아오는 화살을 마치 허들을 넘듯 징검다리를 건너듯 다가온다. 아버지는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계속 다가오는 그 모습에 혼이 빠져 나갈 것만 같았다. 수 많은 적들의 창칼이 코 앞을 바로 스치면서 피비린내를 풍길 때도 결코 느껴보지 못한 공포와 아들을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으로 온 몸이 경직되어 간다. '말을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렇게 시도하다간 땅바닥에 냉동댕이쳐질 게 뻔하다.' 베르크는 말이 지쳐 있다는 걸 느꼈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나머지 분대원 말들이 바짝 주인님을 따라 오게 이끌고 있던 슈트라이허가 베르크의 말 옆으로 바짝 자기 몸을 붙여 준다. 주인님의 생각을 읽고 있다. 아버지가 오른쪽의 슈트라이허로 옮겨 타기 위해 평소처럼 지면을 힐끗 확인하려던 순간, 땅바닥에서 하얀 보자기에 쌓인 빨간 눈이 보였다, 두 말의 배 밑이었다. 아버지는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그러면서도 말의 배 밑에서 올려다 보는 악마를 향해 화살을 내리꽂았다. 빨간 눈이 자신의 왼쪽 어깨를 스치며 얼굴을 파묻고 있는 아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웃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순간 허리에 찬 단검을 뽑아 반사적으로 휘둘렀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빨간 눈은 뒤 쪽으로 사라져버린다. 그 놈이 인간이었다면, 얼굴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겠지만, 아무일도 없었다. 아버지는 자기의 귀 옆으로 빨간 광선이 지나갈 때마다 반사적으로, 기계적으로 몸을 돌려 화살을 날렸다. 이 빛이 무슨 짓을 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광선이 기분 나빴고 무척 치명적일 것 같다. 그래도 화살이 날아가면 그 빛은 잠시나마 사라진다. 아버지의 땀이 아들을 감싼 포대기를 적셨을까? 습도가 높아져 불편해진 아들이 포대기 밖으로 손을 내밀어 아빠의 젖은 어깨를 감싼다. 아들의 머리카락이 아빠의 어깨 위로 빼꼼히 솟아났다. 마왕의 눈동자는 붉은 핏빛으로 변하고 레이저같은 광선이 쏘아진다. 아들은 뱀의 혀처럼 낼름거리며 다가오는 붉은 핏빛을 보았다. 아들은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질러댔고, 아버지는 아들의 공포가 주는 고통에 신음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놓칠새라, 더욱 더 포대기를 감싸고 계속해서 파르티안샷을 날렸다. 그러나 화살은 수양버들만 흔들어 댈 뿐이다. 어둠의 달빛 수양버들 속에서 뱀의 핏빛 혓바닥이 낼름거리며 어린 아들의 얼굴을 비춘다. 아버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아들은 눈부신 뱀의 혓바닥에 그만 호기심이 생겼다. 결국 아들은 뱀의 혀를 마주하고 말았다. "귀여운 아이야 이리 오너라. 나와 함께 가자. 정말 재미있는 놀이를 함께 하자. 바닷가에는 화려한 꽃들도 있지. 내 어머니는 많은 금빛 의상을 가지고 있고 내 딸들도 너를 잘 돌보아 줄 것이야.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런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너에게 힘을 사용하겠다." 아버지에게도 이제 아내의 손길처럼 부드럽고 사과쥬스같이 달콤한 음성이 들렸다. 저것이 악마의 소리인가. 천사의 목소리인가. 당황스럽고 오싹했다. 필사적으로 말을 달렸다. 아들이 신음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그의 품에서 아들은 이미 죽어 있었다. 열심히, 꽤나 멀리 왔지만, 따라 잡힌 곳은 겨우 드레스덴 강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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