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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죽은 왕자의 초상>, 짧고 굵은 용두용미 단편

기미상궁A 2023-10-23 14:53:26 <죽은 왕자의 초상>은 단편소설의 정석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키워드: #근대물 #집착남 #짝사랑남주 #무심여주 #첫사랑 #재회물 #화가여주 1.필력이 좋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반군의 장교인 '나단 파르네세'가 화가인 여자주인공을 가두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과거 찬밥신세였다가 정략결혼의 도구로 이용될 '엔리케' 왕자의 혼사용 초상화를 그린 탓에 유일하게 그의 얼굴을 아는 여주인공은 감옥에 갇혀 곡기를 끊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으려 버티기도 합니다. 반군 장교 나단 파르네세가 과거에 사라진 엔리케 왕자마저 죽여 왕실을 궤멸시키고자 하기 때문이죠. <죽은 왕자의 초상>은 본래 19세 이용가의 단편집에 수록되었던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특성상 강압적인 집착남주를 핵심 키워드로 씬이 다소 등장하지만, 인물간의 긴장감이 늘어지지 않고 작가님의 필력이 좋아 20화라는 짧은 분량 내에서 계속 텐션이 이어집니다. 강압적이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나단 파르네세'는 집착 강압남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어딘가 애달프고, 여주인공 '이네스'는 무심여주, 덤덤여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명석하게 자신의 처지를 파악합니다. 이 두 사람의 관계성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과 의문점들이 전개되는 방식이 어렵지는 않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이어집니다. 2.집착남주x무심 능력여주 이네스는 왕실에 충성을 바치는 사람은 아닙니다. 왕실을 위해 왕자를 살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명석한 머리로 왕자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자신뿐이라면 이것이 자신의 목숨줄이 될 것이라는 계산을 마칩니다. 과거 이네스는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같은 천재 화가를 떠올리게 하는 스승님 밑에서 제자로 지냈습니다. 재능이 있었고, 스승님 역시 이네스의 그림만 처음 보았을 때 칭찬을 했습니다. 그러나 여류화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스승님 탓에 화실에서도 찬밥신세였던 이네스는 어느날 스승님 대신 스승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의뢰를 대신 떠안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엔리케 왕자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입니다. 묵직하고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죽은 왕자의 초상>에 걸맞게 이네스는 가볍거나 쾌활한 성격은 아닙니다. 시대상 여류화가들이 겪는 한계를 명백히 직시하고 있고, 그렇기에 덤덤하면서도 예술에 대한 사랑이 돋보이는 능력 여주인공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반면 과거 엔리케 왕자와 만나는 부분은 무거운 분위기가 조금 덜한데, 엔리케 왕자가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 문을 굳게 닫고 이네스를 피하자 거침없는 모습으로 왕자에게 다가가기도 합니다. 이 심술쟁이같으면서도 애처롭고 때로는 순수하며 자신의 처지에 비관적이기도 하고, 이네스의 골머리를 앓게 했지만 그것을 잊어버릴만큼 아름다운 '엔리케 왕자'와 그런 '엔리케 왕자'를 찾는 '나단 파르네세'의 대비가 또 무척 흥미롭습니다. 작품은 엔리케-이네스-나단, 세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데, 사라진 왕자에 대한 이네스의 감정선과 이네스를 사랑한 왕자의 풋풋한 감정선, 반전을 가진 나단 파르네세의 이네스에 대한 감정선 또한 이네스가 그리는 그림만큼이나 섬세하고 돋보입니다. 3.단편이라 가질 수 있는 여운 안경 원숭이님의 <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가 로판 단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처럼 단편만이 가질 수 있는 여운을 <죽은 왕자의 초상>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단편의 특성상 짧고 강렬한 이야기가 돋보이고, 로판에서는 불호 요소인 새드엔딩이나 조금 열려 있는 엔딩 역시 설득력 있는 서사가 마련된다면 단편에서는 호평을 받습니다. 그렇기에 20화라는 짧은 분량과, 제목과 표지, 그리고 이네스의 캐릭터성을 해치지 않는 인상적인 엔딩이 <죽은 왕자의 초상>을 독자들이 재독할 수 있게 이끕니다. 현재 <죽은 왕자의 초상>은 리디북스에서는 다른 단편 소설과 함께 묶여 판매되고 있고, 시리즈와 블라이스에서는 20화의 단편으로 <죽은 왕자의 초상>만 볼 수 있습니다. 리디북스 댓글에서 특히 엔딩의 여운과 단편의 매력에 대해 말하며 재독하고 있다는 반응이 꽤 많습니다. 두 단편 모두 매력적이지만, 특히 작품성이 뛰어난<죽은 왕자의 초상>만 소장해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블라이스의 장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단편이기에 느껴지는 한계점과 아쉬움도 있습니다. 단편이기 때문에 과거 서사가 다소 축약된 느낌이 들고, 외전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탓에 이후의 이야기를 알 수 없지만 오히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여운이 남아 저는 한번 더 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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