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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리뷰] 성녀보다 매력적인 악녀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

동딩댕 2023-08-21 17:27:27 [줄거리] 매춘부였던 어머니가 백작과 결혼하며 천한 신분에서 벼락출세하게 된 아리아. 사치에 물든 삶을 살던 아리아는 여동생 미엘르의 계략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기 직전, 마치 환상처럼 떨어져 내리는 모래시계를 봄과 동시에 기적처럼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데……! “저는, 제 동생 미엘르처럼 아주 우아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악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악녀를 뛰어넘는 악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미엘르에게 철저히 복수하기 위해 아리아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로 한 방식이었다. [리뷰] 악녀 아리아는 이복동생인 성녀 미엘르에게 독약을 먹인 죄로 혀가 잘리고 고문을 받다가 참수당한다. 마지막 순간 미엘르는 아리아에게 그녀의 어머니를 독살했다고 고백하고 그녀 주변에 사람을 심어 자신이 모든 일을 계획했음을 밝힌다. 독자들은 아리아의 비참한 마지막 모습과 미엘르의 악한 본성에 대해 알게 되면서 아리아의 복수 동기를 납득하게 된다. 아리아는 의문의 모래시계 덕분에 과거로 회귀하고 자신을 속인 미엘르에게 복수하기 위해 미래를 바꾸려 분투한다.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의 장르는 로맨스 판타지이지만 로맨스가 강조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25화가 다 되도록 남자주인공으로 추정되는 황태자와 아리아의 로맨틱한 접점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리아는 황태자와의 만남 후에 그를 위험인물로 느끼며 경계한다. 25화동안 아이라는 가정교사에게 예절 교육을 받고, 다과회에 참여해 인맥을 쌓고, 사업가인 아버지의 신뢰를 얻으며 능력을 길러 미엘르와 대결할 준비를 할 뿐이다. 비참한 죽음의 순간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되뇌다가 바람대로 두번째 삶의 기회를 얻은 아리아는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아 나간다. 아리아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미래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실수투성이에 미숙했던 아리아가 회귀함으로써 현재의 지식과 정보로 무장해 과거의 미엘르에 비해 똑똑하고 강해졌다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미래를 알고 행동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절대 우위에 선 아리아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삶을 바꿔나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자주인공의 전형으로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랑스럽고 당차며 언제나 밝은 ‘캔디’는 지루하다. 이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여성 캐릭터가 매력적이며 ‘성녀’보다는 ‘악녀'가 공감된다. 아리아가 회귀 전에도 악녀였다는 것이 이 소설의 포인트이다. 사람은 누구나 비뚤어진 부분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감추고 살아가고, 또 본성을 잘 숨기는 사람을 능력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좋아한다. 그래서 악녀였던 아리아가 회귀 후 올바른 처세로 평판과 인맥을 쌓아가는 과정이 포인트였다. 회귀 전의 대결구도가 악녀 vs 위선의 구도였다면 회귀 후 대결구도는 위선 vs 위선으로 변화한다. 예를 들면, 아리아는 회귀 직후 유리컵을 놓쳐 다리를 다친다. 그 상황에서 아리아는 전처럼 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미엘르보다 한 수 위의 위선자가 되기로 결정한다. 다른 선택지 없이 우아한 영애가 되어야 했기에 위선자가 된 미엘르보다 자신의 삶의 방향을 주체적으로 선택한 아리아가 매력적인 것은 이제 시대의 흐름일 것이다. 과거로 회귀한 아리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가정 교사를 고용하는 것이었다. 회귀 전 사교계에서 아리아가 무례한 행동을 해도 한 무더기의 남성들이 아리아를 두둔했다. 하지만 아리아는 그들이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무리들이었음을 깨닫고 시들고 지는 외모를 평생의 자산으로 여기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고 자조한다. 남자들의 비호로 살아남는 것이 아닌 스스로 우아한 똑똑한 귀족 영애가 되는 것, 비천한 매춘부의 딸이라는 불리한 위치를 자신의 능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아리아의 모습은 개인주의와 능력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미소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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