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를 끝낸 영웅이자, 화국의 주인인 황제 이화에게는 영원을 맹세한 영월황후인 청이 있었다. 비록 역적의 딸일지라도. 그녀의 가문이 몰살 되어도. 그녀를 음해하는 자들이 있을지라도. 화는 그저 분노할 뿐이었다. 어리석고 여렸던 그를 화국의 주인까지 올린 이가 누구인가. 난세를 끝낸 영웅이 자신이 아니라, 청임을 누가 모르는가. 타오르는 불은 잔잔한 바람으로는 끌 수 없고 오히려 더 타오르게 할 것이라, 그리 여긴 탓일까. "후궁을 들이십시오, 폐하." 불이 흔들렸다. "나를 믿지 못하는 게냐, 내가 너를 두고 다른 이를 품었다 그리 여기는 것이냐!" "그럼 대체! 저 이의 배 속에 든 아이는 무엇이란 말입니까." 불이 연약하게 사그라지더니. "아니다, 아닐 것이다." "폐하, 이만 인정하셔야 합니다. 황후마마꼐서 돌아가셨습니다." 재가 되었으니, 화는 생각했다. 아비가 그에게 꽃처럼 연약하라고 지은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불꽃으로 바꾼 것이 너였다. 그러니 재가 된 불은 사라져야겠지. 그리 생각하며 보낸 8년 뒤. 푸른 날, 오 월. "이름이 무엇이라고?" "청이라고 합니다." 불씨가 다시 타올랐다. 기억을 잃은 푸른 청, 황후가 살아 있었다. 그것도. "향아, 이리 오렴." 그와 그녀를 똑 닮은 아이를 가진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