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 선하가 임신했대.’ 긴 연애의 끝은 남자 친구의 바람이었다. 분풀이라도 하고자 찾아간 그의 결혼식, 그곳에서 울림은 이름 모를 사내를 만나는데. “그쪽, 여기 깽판 치러 왔지.” “누, 누구세요?”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그게 서우겸과 첫 만남이었다. 전 남자 친구를 자극하기 위한 가짜 연애 상대. 혹은 스폰서. 울림은 서우겸의 존재를 그렇게 정의했다. 단, 조금 재수가 없는. ‘요즘 배우들은 우는 것도 예쁘게 잘 울던데. 그쪽은 아닌 것 같네. 안타깝게도.’ ‘그쪽, 지금 못생겼다고.’ 하는 말마다 사람 자존감을 깎아 먹는 남자. 그런 그의 태도가 달라진 건, 서툰 감정으로 얼룩진 밤을 보낸 후였다. “정울림 씨. 사람을 일부러 피한다고 답이 나오나. 고개 들어요.” 주저하던 울림이 붉게 물든 얼굴을 빼꼼히 든 순간, 남자는 늘 그렇듯 감정 없는 투로 뱉었다. “예뻐.” “……네?” “그쪽, 예쁘다고.” 전혀 예상 밖의 말을. . . . . [juice22h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