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순결을 가져갔으니, 책임지세요.”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 가까이 갈 수 없는 사람. 뜨겁고 절절한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는 사람.’ 그는 여자를 싫어했다. 정확히는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를 싫어하고 경계했다. 선을 그어놓고, 가까이 두지 않았다. 자신은 비혼주의자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했다. 그것이 정확히 어디서 기인한지 모르겠지만, 어머니 때문이라는 추측을 해볼 순 있었다. 그래서 그의 의사를 존중했다. 아니, 존중한다기보단 미움받기 싫어서 전혀 관심 없는 척, 노력했다. 노력의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저는 단지 과외 제자, 절친한 친구의 동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체 그를 훔쳐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것이 행여 평생이라도. 그의 목을 옥죄고 있는 셔츠가 눈에 걸렸다. 마치 그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손을 뻗어 단추 한두 개만 풀어주려고 했는데. 하나를 풀고 머뭇거리다 두 개째 푸는데 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혼탁한 눈을 떴다. 그리고 가느다란 눈으로 희주를 응시했다. 그 눈빛이 왠지 지금 뭐 하는 짓인지 묻는 듯하여 희주는 변명하기 시작했다. “어, 그게, 이게 답답해 보여서 한 개만 푼다는 게. 이게 왜 두 개나….” 횡설수설 얼버무리는데 그의 따뜻한 손이 희주의 손을 감쌌다. 잡힌 손이 낙인이 찍힌 것처럼 델 것 같았다. “……위로해줘. 힘들어…….” * 자신 외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공간에서 누군가 일어나는 모습에 놀란 도신은 순간 몸을 굳혔다. 누군가 있다는 것도 놀랄 일인데, 그 누군가는 정말 기상천외한 말을 내뱉었다.